“우리나라 간호사는 인구 1000명당 6.9명으로 OECD 평균보다 2명 적고, 이직률은 2.33배나 높습니다. 나이팅게일 선서를 했다고 간호사에게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강요할 수 있을까요?”
박종철 세움EAP 대표는 국내 간호사들의 높은 이직률과 이른바 ‘태움’ 문화가 사회적 인식과 병원의 이익 추구가 맞물린 결과라고 지적하며 이들에 대한 심리 교육과 상담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세움EAP는 개인 심리 상담과 집단 상담을 전문으로 2015년 설립된 업체다. 서울의료원과 한국코퍼레이션에 회사와 업무, 관계에 관한 고민을 상담하고 조언해주는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 Employee Assistance Program)을 제공한 바 있다.
박 대표가 최근 연세대학교 상담심리연구실과 함께 내놓은 ‘한국 간호사 감정 노동에 대한 프로파일분석(Latent profile analysis on Korean nurses: Emotional labour strategies and well-being)’ 논문은 지난 9월 26일 간호사 저널 ‘탑7’ 중 하나로 평가받는 ‘Journal of Advanced Nursing’에 게재됐다. 국내 한 대학병원의 204명을 대상으로 한 이 논문은 간호사라는 직종의 감정 노동과 심리적 안녕 및 직무 만족에 대해 연구했다.
논문에서 그는 국내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지적하며 특히 이들이 높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원인으로 업무 외적으로 이뤄지는 친절의 강요를 꼽았다. 박 대표는 “간호사들은 사랑과 봉사 정신, 친절한 미소와 어투를 암묵적으로 요구 받는다”면서 “간호 업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미소를 짓는 행위가 강요되는 점은 정신적 건강에 해롭다”고 지적했다.
또한 ‘간호사는 친절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에 대해서는 사회의 고정 관념과 병원 운영의 구조상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봤다. 간호사가 나이팅게일 정신을 바탕으로 본 업무와 무관하게 친절함을 강요받고, 경쟁에 내몰린 병원의 이윤 추구 전략의 하나로 ‘환자에게 웃음과 행복을 선사해야 한다’고 교육시킨다는 설명이다.
이런 간호사의 업무 외적 스트레스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태움’ 문화로도 연결된다고 지적한다. 태움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간호사의 은어로,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자신의 업무만으로 시간이 부족하고, 환자에게 늘 친절하기를 강요받는 간호사에게 후배 교육은 맡고 싶지 않은 추가 업무로, 피해자인 신입 간호사는 물론이고 병원 측에도 막대한 손실을 끼친다”고 말했다.
낮은 직업 만족도와 이직으로 이어지는 간호사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병원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박 대표는 ‘정서적 위안’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그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업무적으로는 엄격하게 관리돼야 하는 것이 맞지만, 간호사 개인에 대해서는 의사와 동료를 비롯해 직원 및 환자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도움이 된다”면서 “신규 간호사를 채용해 새롭게 교육시키는 데도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만큼 병원은 간호사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이들의 심리 교육과 심리 상담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