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평형 초기 프리미엄 최대 1억
생활형 숙박시설도 수백대 1 경쟁
전매제한 자유롭고 세금부담 덜해
주택시장 규제 강화 '풍선효과'도
“잃을 게 없는데 청약 안 하는 사람이 바보죠. 당첨되면 바로 수천만 원은 벌 수 있는데요. 연말까지 전매 가능한 오피스텔 분양이 몇 군데 더 있는데 벌써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AK푸르지오 오피스텔 청약자)
“솔직히 이 돈이면 과천 내 다른 구축 아파트도 살 돈인데 너무 사람들이 몰려서 현장에서도 고개를 저을 정도였습니다. 초피(초기 프리미엄)가 적게는 50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 붙었어요.” (경기 과천시 C공인 관계자)
비아파트 시장에 돈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다. 아파트 시장은 거래량 급감에 집값 상승도 주춤하면서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 시장에는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쏠려 북새통을 이룬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분양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AK푸르지오’와 경기 과천시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은 계약 당일 견본주택 인근에 분양권 매매를 알선하는 ‘떴다방’이 등장했다. 영등포구 신길동 B공인 관계자는 “신길AK푸르지오 오피스텔은 이달 당첨자 발표 직후에 초피만 7000만 원이 붙은 사례도 들었다”고 말했다.
떴다방은 분양권 중개를 알선하는 이동식 중개업소를 뜻한다. 계약현장에서 오피스텔 당첨자와 접촉해 분양권 매수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중간 수수료를 챙기려는 것이다. 최근에는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들 단지 분양권 전매를 알선하는 온라인 떴다방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경기 과천시에서 이달 분양한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계약 현장에도 어김없이 떴다방이 등장했다. 당시 최고 초피는 인기 평형인 테라스형 기준으로 1억 원가량 붙었다. 이 오피스텔 전용 84㎡형 분양가는 15억~16억 원 선이다. 가장 비싼 펜트하우스는 분양가만 22억 원이다. 연말 입주를 앞둔 ‘과천 자이’ 아파트 전용 84㎡형 분양권 매도 호가는 23억 원으로 웬만한 아파트 시세와 맞먹는다. 그런데도 최고 1억 원가량 웃돈이 붙는 등 투자 광풍이 불어닥친 것이다.
비주택으로 분류되는 생활형 숙박시설에도 올해 들어 물밀 듯이 돈이 쏟아지고 있다. 8월 분양한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약 57만 명이 청약 접수에 나서 평균 경쟁률 657대 1을 기록했다. 분양 직후 최고 1억5000만 원 수준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등 과열 수준으로 투자자가 몰렸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실내 취사가 가능해 주거시설로 이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숙박시설인 만큼 주거용으로 사용하다 적발되면 강제 이행금을 내야 한다.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지만, 수요가 대거 쏠렸다.
앞서 분양한 비아파트 상품의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 분양한 ‘판교밸리자이 3단지’ 오피스텔 전용 84㎡형 분양권은 최고 14억7300만 원으로 웃돈만 4억 원이 붙었다. 인천 연수구에서 청약을 받은 생활형 숙박시설 ‘힐스테이트 송도스테이에디션’ 전용 89㎡형은 분양가격 대비 5억 원의 웃돈이 붙어 매도 호가는 12억330만 원에 달한다.
이렇듯 최근 비아파트 시장에 투자 광풍이 몰아치는 이유는 아파트 등 주택보다 규제 문턱이 낮은 데다 정부가 주택 시장을 강력히 규제하면서 풍선효과가 발생한 탓이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 시장이 주춤한 사이 규제가 덜한 비주택 시장으로 주택 실수요는 물론 투자 수요까지 이동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생활형 숙박시설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청약 시 청약 통장도 필요 없다. 가점제 대신 추첨제로 분양자를 뽑는다. 전매제한도 자유롭고 주택으로 포함되지 않아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중과 부담도 없다. 오피스텔은 규모 100실 이상은 소유권 이전 등기일까지 전매가 안 되지만, 100실 미만 규모는 해당 규제를 받지 않아 얼마든지 웃돈을 받고 팔 수 있다.
여기에 정부의 비아파트 추가 규제 완화 움직임도 투자 수요를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오피스텔은 주거용 오피스텔의 바닥 난방 허용 기준을 전용면적 85㎡ 이하에서 120㎡까지 완화하는 등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