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서울 강서구보건소 사회복지사
이웃과의 교류도 없다. 적적하고 적막해 모임도 나가 보고 친구도 사귀어 보려 했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도 없고 대화도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가길동 씨와 나길동 씨의 일상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이 둘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그들을 아는 동네 주민 몇몇은 가길동 씨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부르고 나길동 씨는 그냥 동네 주민, 이웃으로 부른다. 이상한 사람과 동네 주민, 서로 다른 이 농도 차는 이유가 뭘까? 가길동 씨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가 괴짜라서가 아니라 정신장애인이기 때문이다.
해를 입을까 하는 두려움에 정신질환자라는 용어 대신 이상한 사람으로 순화시켰지만 가길동 씨는 언제부턴가 이웃이 되기에 부적합한 위험한 사람, 경계의 대상으로 낙인되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을 가길동 씨라고 해서 모를 리 없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 가길동 씨는 스스로 관계단절형 나홀로족이 되었다. 그의 소통 방법은 철저하게 필요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자신이 상처를 덜 받는 쪽을 택한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정신질환자는 정신이 온전하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폭력적이고 위험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정신질환자라고 모두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공격적인 이상행동을 하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물론 환청이나 강박, 망상 등 정신병적 상태에서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그들도 직장생활도 하고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그들도 꿈이 있고 감정이 있다. 일반인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같은 사람들이다.
전문의들은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초기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시켜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꾸준한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를 받으면 고혈압 등 다른 질병 못지않게 회복률이 꽤 높다고 말한다. 정신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비장애인과 자주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생활공간 속에서 살다 보면 정신장애보다 사람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과연 정신장애인들이 자연스럽게 마주할 사람, 생활공간이 있는가? 정신장애인은 혐오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선입견을 버리고 그들에게도 기회를 주자.
김현주 서울 강서구보건소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