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완화해도 거래비용 부담·거래절벽 이어질 것”

입력 2021-1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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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상승분 충분히 반영 못해
집값 '12억 키 맞추기' 우려
"보유세 등 완화로 숨통 트여야"

▲여야가 1가구 1주택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완화하기로 합의하면서 얼어붙은 주택시장을 녹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밀집한 서울 서초구 상가 내 전경. (이동욱 기자 toto@)
여야가 1가구 1주택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완화하기로 합의하면서 얼어붙은 주택시장을 녹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양도세 완화만으로는 거래 활성화를 꾀하기 어렵다며 주택 거래를 아우르는 규제 완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0억 아파트 처분 시 양도세 1억1616만→7793만 원

30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개정안은 이르면 다음 달 초 국회 본회의에 상정,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인 유동수 의원이 8월 발의한 이 법안은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가 비과세되는 고가주택 기준을 현행 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값이 12억 원을 돌파하면서 주택 가격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1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에 따르면 1주택자가 10억 원에 취득한 아파트를 5년 보유·거주한 뒤 20억 원에 처분하면 현재는 1억1616만 원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법 시행 이후엔 양도세액이 3823만 원 줄어든 7793만 원이 된다.

다만 쟁점이었던 1주택자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의 양도차익에 따른 차등화 방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조세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문가 대다수 “거래 활성화 효과 미미…키 맞추기 우려”

전문가들은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 완화가 주택시장에 긍정적인 것은 맞지만 얼어붙은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을 녹이기엔 역부족이라고 내다봤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양도세 부담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던 1가구 1주택자들의 매도 대기 물건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며 “다만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값이 12억 원에 달하는 만큼 과세 기준을 현행 15억 원으로 상향 조정해 매물을 내놓게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하려면 1주택자 양도세 완화뿐 아니라 일시적 2주택자 등 유연한 정책도 필요하다”며 “양도세를 완화해도 수수료 등 거래비용 부담으로 매도를 택하는 1주택자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행 비과세 기준인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되면서 ‘키 맞추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서 학회장은 “비과세 기준인 9억 원에 맞춰진 주택의 거래가격이 12억 원으로 상향되는 키 맞추기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비과세 혜택이 내년 1월 1일 거래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매물 잠김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취득 후 보유세 등 세 부담을 일시적으로 완화해 위축된 주택시장의 숨통을 트이게 해야 한다”며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려면 실제 매물을 많이 쥐고 있는 다주택자들의 양도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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