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후 독특한 경영스타일로 회사 안팎서 반감
소셜미디어 업계 둘러싼 비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듯
비트코인 행보에 탄력 받을 것 전망
29일(현지시간)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도시 CEO는 이날 성명을 내고 “트위터는 창업자들의 시대로부터 다음 장으로 넘어갈 준비가 됐기 때문에 난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잭 도시는 기한이 남은 2022년 주주총회까지는 이사회 멤버로 남고, 이후 이사회에서도 떠날 예정이다.
후임으로는 파라그 아그라왈(37)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임명됐다. 아그라왈 신임 CEO는 도시의 절친한 친구로 트위터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며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등의 전략을 주도해왔다. CTO는 2017년에 올랐다.
긴 수염과 코걸이와 같은 그의 패션 스타일처럼 도시의 경영 스타일은 다른 실리콘밸리 창업자들과는 사뭇 달랐다. 경영상의 중요한 결정을 자신이 직접 하기보다는 부하 직원에 위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그의 경영 스타일 덕에 도시 CEO는 트위터 경영에만 얽매이지 않고 여러 가지 ‘개인적인 열정’을 추구할 수 있었다.
그만큼 회사 안팎의 반감도 강했다. 도시는 2006년 트위터 출범 직후 CEO를 맡았지만 2008년 잦은 결근과 경영 스타일에 대한 우려로 회사에서 해고됐다가 2015년 트위터 CEO로 복귀했다.
회사에 복귀한 이후에도 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트위터의 지분을 사들인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도시 CEO가 비트코인 옹호 등 외부 활동을 하느라 본업인 트위터 경영을 뒷전으로 한다는 비판과 함께 사퇴를 압박해왔다.
트위터는 지난해 엘리엇 측이 제시한 2명의 이사를 임명하고 자사주 매입에 20억 달러(약 2조3900억 원)를 투입하는 한편 향후 승계 구도를 설계하는 조건으로 도시 CEO 퇴진 압력을 일단락짓기도 했다.
소셜미디어 업계를 둘러싼 사회적 분위기가 좋지 못한 것도 그의 사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전 세계 소셜미디어 산업은 물론 각국의 민주주의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최근 가짜뉴스를 비롯해 콘텐츠 검열 등의 논란으로 미국은 물론 각국 정치권의 압박과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됐다.
역풍에 시달리던 경쟁업체 페이스북은 주력사업을 소셜미디어에서 ‘메타버스’로 전환하겠다며 사명을 ‘메타’로 바꾸기도 했다. 트위터 역시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트럼프 계정을 영구 정지했는데 이 과정에서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의 비판을 받아야 했다.
시장에서는 이제 도시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CNBC는 도시 CEO가 트위터에서 물러나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관련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 초 “비트코인에 집중하기 위해 트위터를 떠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내가 스퀘어나 트위터에 없었다면 비트코인 관련 일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는 트위터에서 쫓겨난 후인 2009년 디지털 결제서비스 업체 스퀘어를 창업해 현재 스퀘어 CEO를 겸임하고 있는데, 이 회사를 통해 올해 비트코인과 관련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최근에는 스퀘어를 통해 탈중앙화 비트코인 거래소에 대한 백서를 공개하는 등 비트코인 사업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장의 전망을 반영하듯 이날 트위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74% 급락했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2% 상승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시 CEO가 비트코인에 전념해 향후 가상자산에 대한 주목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가격에 반영됐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