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공언한 초거대 AI 연구 성과 발표 가능성 커
시범 운영 중인 AI 사내 대학원 규모 확대 전망
구광모 회장의 DT 전략과도 맥 맞닿아
LG 그룹 내에서 인공지능(AI) 분야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AI 기술 전담 조직인 LG AI 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연구 성과가 조만간 베일을 벗는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AI 관련 사내 대학원도 규모 확대가 이뤄질 예정이다.
1일 이투데이 취재결과 LG AI 연구원은 이달 14일 비대면 방식으로 ‘LG AI 토크콘서트’를 개최한다. 이 행사가 개최되는 건 지난해 12월 조직 출범 이후 세 번째다. 상·하반기에 각각 한 번씩 열리는 이 행사에선 업계 유수 학자들의 기조연설과 다양한 AI 기초·응용 연구 성과가 발표돼왔다.
특히 이번 열리는 AI 토크콘서트에선 LG AI 연구원의 주력 과제인 ‘초거대 AI’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발표될 전망이다. LG그룹은 앞서 올해 5월 향후 3년간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확보 및 개발에 1억 달러(약 12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일차적인 연구 성과를 올 하반기 발표한다고 언급했다.
초거대 AI는 대용량의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인간의 뇌처럼 정교하고 종합적인 추론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특정 용도에 한정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사고·학습·판단·행동할 수 있다.
업계 관심은 LG그룹이 선보일 초거대 AI가 현재 가장 유명한 초거대 AI인 ‘GPT-3’를 가시적으로 뛰어넘을 수 있느냐다. ‘GPT-3’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세운 비영리단체 ‘오픈 AI’가 지난해 선보인 초거대 AI로, 정교한 언어모델을 갖추고 있어 자연스러운 대화는 물론 수필이나 소설까지 써낸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주요 IT 기업도 올해 초거대 AI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며 ‘한국판 GPT-3’, ‘GPT-3보다 우수한 초거대 AI’ 개발을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LG의 초거대 AI는 우선 GPT-3보다 3배가량 많은 파라미터를 무기로 앞세운다. 파라미터는 AI 모델의 크기와 성능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클수록 AI 지능이 높다는 뜻이다. GPT-3가 가진 파라미터는 1750억 개인 반면, LG 초거대 AI는 6000억 개 이상을 목표로 한다. 예정대로 개발이 진행된다면, 언어뿐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 분석, 데이터 추론 기능까지 갖춘 AI 모델로 산업현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초거대 AI 연구와 더불어 계열사 사업에 AI를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우선 올해 시범 운영 중인 AI 관련 사내 대학원이 내년 확대 개편된다. LG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신청한 계열사 임직원 3~4명이 교육 과정 검증을 위한 프리테스트 진행 중"이라며 "성과 등을 점검한 뒤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 측은 AI 연구원이 출범한 지난해 12월, 연구 인력 규모를 올해까지 100여 명, 2023년엔 1000명대 수준으로 늘린다는 목표하에 인재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외부 인재 수혈에 더해 내부에서도 AI 전문 인력을 키우려는 시도가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월 초 확대 개편한 LG전자 '이노베이션 카운실’의 첫 논의 주제도 AI였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LG 계열사까지 범위를 넓혀 뉴로-심볼릭AI나 초거대 AI와 같은 미래 AI 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논했다.
그룹 차원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AI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제시한 구광모 회장의 경영 전략과도 맥이 맞닿아 있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고객가치 경영 신조를 언급하면서 "AI, 빅데이터 같은 디지털 기술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시행된 임원 인사에서도 구 회장의 이 같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배경훈 LG AI 연구원장은 이번 인사에서 상무 승진 3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우수 인재 확보와 초거대 AI 등 기술 혁신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