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은행법상 투자 불가능"
일각 "규제·조율 과정 필수적"
가상자산 거래소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상 ‘금융회사 등’으로 정의되고 있다. 동법에서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수행하는 가상자산의 매수·매도·교환·이전·보관·관리 등 일련의 행위를 금융거래로 분류하고 있다. 반면 현재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투자법 등에서는 비금융주력자에 대한 15% 이상의 지분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금융지주사 등이 ‘금융회사 등’으로 모호하게 분류된 가상자산 거래소에 투자할 경우, 거래소가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해 규제할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브로커를 통해 (거래소의) 지분 51%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하는 경우가 있다”며 “ISMS 인증 전후, 금융정보분석원(FIU) 신고 수리 전후 등으로 계속해서 라이센스를 얻은 거래소를 중심으로 물밑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라고 기류를 전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제도권에 편입되고, 이에 대한 규제 공백이 존재하는 상황을 십분 활용하려는 움직임들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비금융업종에 해당하기 때문에 은행법상 투자가 불가능하다. 정확한 코멘트를 줄 수 없다”라고 거리를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업비트와 코빗 등이 금융업계와 잇단 투자를 성사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우리금융지주의 지분 1%를 확보했다. 코빗 또한 지난달 29일 SK스퀘어로부터 9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SK스퀘어가 코빗의 지분 35%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올라가는 형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은행, 금융업 등이 교류하면 서로 시너지가 난다는 게 확인되는 상황”이라며 “게임이나 NFT,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하려면 거래소를 운영하거나 인증받은 거래소를 인수하는 게 편하다는 셈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은행이나 지주사들까지 나서서 돈을 들고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라며 “명백한 유인이 있으니 규제가 있다면 우회하는 방식도 고려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와 FIU의 규제 기조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금융기관이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당국과 교감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수적인 만큼, 관련 내용에 대한 허가가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관련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규제 기조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아직 NFT·메타버스에 대한 뚜렷한 해석이 없어 여러 가지를 시험해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차피 은행은 누군가가 신 서비스를 제공하면 모두 비슷하게 따라오는 만큼, 선점 효과가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나 관련 업체를 미리 점찍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해석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 또한 “부산 블록체인 특구나 한국조폐공사 등 국가 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업도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도를 요구하고 있다”라며 “사실상 거점인 가상자산 거래소를 빼고 스터디를 더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일 기준 FIU는 총 10개의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신고 수리를 마쳤다. 원화마켓을 보유하고 있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과 코인마켓 사업자로 등록한 지닥·플라이빗·고팍스·오션스(프로비트)·포블게이트·비둘기지갑이다. FIU는 현재 코인마켓 사업자 19곳과 지갑업자 등 13곳 기타사업자에 대한 신고 수리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내 심사를 마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