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간병하다 남편을 살해한 아내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A 씨는 2017년 12월 새벽기도 문제로 말다툼하던 중 순간적으로 격분해 남편 B 씨를 질식사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남편 B 씨가 2007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혼자 거동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10년간 간병했다. 2017년 4월부터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간병에 전념했다.
검찰은 A 씨가 매년 약 700만 원의 병원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B 씨가 2017년 1월부터 매일 새벽 5시부터 3시간씩 함께 기도하자고 강권하자 극심한 피로감과 함께 살의를 느낀 것으로 봤다.
사건 전날에도 A 씨는 B 씨에게 소리를 지르는 등 간병으로 인한 불만과 고통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부검의가 질식사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사인이 ‘불명’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점, 손상들이 사망 당시 발견됐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A 씨가 곧바로 119 신고를 한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반면 2심은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질병과 사고, 자살, 타살, 제3자에 의한 살해 가능성 등을 각각 살펴본 뒤 A 씨에 의한 살해 외 다른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다만 “10년 이상 꾸준히 간병하면서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고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뿐만 아니라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며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를 다소 하회하는 형을 선고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