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분야 초점, 무역 이외 경제 협력 강화, 쿼드 확대 개편 등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달 TV도쿄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기술과 공급망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동맹국 간 협조 체제를 구축하려는 의욕을 보였다.
러몬도 장관은 “TPP를 대신하는 경제적 연계를 목표로 삼고 있다”며 “미국은 전통적인 자유무역협정(FTA)보다 강건한 경제 틀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 역시 지난달 캐서린 타이 USTR 대표가 방한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만난 후 성명을 내고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USTR는 “타이 대표는 인도태평양의 새로운 경제 틀을 개발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비전과 지속가능하고 탄력적인 무역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자신의 입장을 강조했다”며 “타이 대표는 새 경제 틀이 지역 경제 참여를 끌어내고 근로자와 중산층의 삶을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매트 굿맨 연구원은 미국이 내세우는 경제 틀을 크게 △디지털 분야 초점 △무역 이외 경제 분야의 영향력 강화, △쿼드(Quad)의 확대 개편 등 세 가지로 나눴다.
우선 미국이 싱가포르와 뉴질랜드, 칠레 등 3개국이 지난해 6월 체결한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에 참여한 후 주도하는 방안이 있다. 구속력 없는 협정인 만큼 실효성에 의문이 있지만, 디지털 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여하는 게 이익이라는 평이다. DEPA 회원국은 현재 참가국을 넓히기 위해 노력 중으로, 올해 2월엔 캐나다, 10월엔 한국과 협의에 들어갔다.
‘더 나은 재건 세계판(B3W)’을 추진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항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으로 꼽힌다. B3W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내건 국내 정책을 전 세계로 확장하는 것으로, 앞서 주요 7개국(G7)이 개발도상국 인프라에 지원하기로 합의한 것과 맞물린다. 미국은 내년 1월 전 세계 5~10개의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계획을 공개한다.
안보에 초점을 맞춘 쿼드를 경제를 포함하는 방안으로 확대·개편하는 것도 중국을 견제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미 미국은 9월 첫 쿼드 4개국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공급망 대책과 질 높은 인프라 구축 지원, 기후변화 대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회원국 간 협력을 확인했다.
특히 호주, 영국 등과 9월 신설한 오커스(AUKUS)가 군사 동맹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쿼드는 더는 군사적 목적을 강조하지 않아도 돼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 예민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참가도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