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노조의 절박함은 ‘일자리 위기’에서 비롯됐다. 정년퇴직 등으로 인한 자연감소 인원보다, 생산 품목(전기차)과 공정 변화에 따른 일자리 축소 규모가 더 크고 빠르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 완성차 제조공장 근로자 가운데 절반은 '잉여인력'이 된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약 3만 개의 부품이 필요했지만, 전기차 부품은 1만8000개에 그쳐서다.
영국 경제연구소 케임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내연기관차 1만 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약 9450명이다. 반면 전기차 1만 대를 생산할 때는 3580명 수준이면 충분하다.
굳이 미래 차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완성차의 국내 생산 축소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이미 시작했다.
2015년 한국지엠이 군산공장을 폐쇄했고, 현재 쌍용차 근로자의 절반은 무급휴직 중이다. 상용차 부문 역시 마찬가지. '자일대우버스'는 공장 문을 닫았으며, 현대차 전주공장은 버스생산 감소로 일감이 줄어 고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과 10년 전인 2011년 국내 생산 완성차 총생산은 465만7000대 수준. 글로벌 5위 자동차 생산국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4.7% 감소한 350만7000대에 그쳤다. 멕시코에 밀려 생산국 순위 6위로 밀려났으나 이제 그마저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런 변화 속에 성큼 다가온 미래 차 산업이 "근로자들의 위기감을 더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품업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이쪽은 애초부터 전기차 시대에 진입조차 못 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사 300곳 가운데 내연기관 전용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44.1%에 달한다. 나머지 56%는 전기차 등 미래 차 부품 생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내년에만 자동차 부품 산업에서 일자리 4718개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규모 고용 감소를 막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이 시점에서 나온다.
국내 완성차 생산이 감소한 배경에는 약화한 노동 경쟁력도 한몫했다.
완성차 노사가 파업과 쟁의행위를 반복하며 끌어올린 연봉 탓에 현대차그룹은 물론 외국계 투자 기업마저 국내 생산 규모를 축소 중이다. ‘자동차 강국 한국산(産)’으로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보다 신흥국 생산으로 뽑아낸 원가 절감의 가치가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완성차 제조사는 물론, 관련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부품업계를 향한 지원도 절실하다.
자동차 산업에 몸담아온 인력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설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내놓거나, 정부가 노동 유연성을 보장해 자동차 기업이 근로자와 함께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노동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졌다.
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최근 ‘자동차업계 경영 및 미래 차 전환 실태조사 결과’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KAMA 관계자는 “노동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국 생산을 피해 국내 업계는 해외 생산 확대를, 외국계 투자기업은 한국 생산 감소를 추진 중"이라며 "정부가 제조사는 물론 부품사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정책적, 기술적 지원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