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 기업, 中 기업 공세ㆍ탄소중립 추진으로 어려움 직면해
“탄소중립 추진 시 설비 전환 비용 발생, 제조 원가 상승 등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박현성 포스코경영연구원 센터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소재 자동차회관에서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주최로 열린 ‘제15회 산업발전포럼’에 참여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박현성 센터장은 ‘팬데믹 이후 철강산업 이슈와 대응’을 주제로 철강 산업의 동향 및 전망, 철강 산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발표하고, 정부에 정책 지원 등 현안 해결을 촉구했다.
박 센터장은 “현재 철강 산업에서 가장 큰 이슈는 탄소중립”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탄소감축 목표가 상향되고 있고, 탄소국경조치를 무역 장벽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7월 EU회의를 통과한 탄소국경조치는 2023년 시행 예정이나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철강 산업은 정부ㆍ고객사ㆍ투자자로부터 실질적 탄소 저감 요구를 받고 있다. 이에 대규모 R&D 투자, 설비 전환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매몰비용 발생과 제조 원가 상승도 우려된다.
특히 애플, 다임러 등 글로벌 철강소재 고객사들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친환경 소재 공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투자자들 또한 투자 기업에 저탄소 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추세다.
이미 선진국들은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EU는 혁신기금을 활용 및 개별 철강사 주도의 산학연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을 하고 있으며, 일본도 NEDO를 중심으로 철강기업간 분ㆍ협업을 통해 빠르게 탄소 저감에 대응하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독자 기술역량의 한계와 제반 인프라가 미비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탄소 저감을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수소환원제철로 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기술적으로도 시작 단계에 불과하며, 전환하더라도 고로 대비 생산량이 상당히 낮아 규모의 경제 실현도 당장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대부분 고로 중심인 국내 철강 산업은 대규모 설비 전환이 필요하지만, 그 비용이 크고 만일 실패한다면 상당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박 센터장은 “포스코도 (어떤 설비를 바꾸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설비 전환에 최대 470억 달러(약 56조 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기금 조성 등 지원정책 수립과 배출권 유상 할당 수익을 탄소중립 기술 개발에 지원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촉구했다.
이 밖에도 내년 철강 수요는 5500만 톤에 육박하며 코로나 이전 상황까지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철강232조 등과 함께 보호주의 조치 강화, 수입 규제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 여건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국 업체들의 공세도 위협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센터장은 “올해 글로벌 철강 산업은 상반기에 상당히 좋았으나 하반기에는 중국의 생산 및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으며 상고하저의 흐름이 나타났다”라며 “철강 가격의 기준이 되는 열연가격을 볼 때, 몇 달 사이 중국의 열연가격은 톤당 850달러에서 730달러로, 미국은 2200달러에서 1800달러로 크게 하락했다”라며 산업 동향을 설명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주도로 중국 대형 철강사들이 흡수합병하며 집중도를 제고하고 있다. 세계 10대 철강사 중 7개인 중국 기업이 4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는 이를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박 센터장은 “중국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스마트화를 추진하며 고급 제품 생산을 위한 신규 설비를 늘리고 있다”라며 “이는 한국, 동남아 등의 수출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기업들이 양적 규모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고도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라며 “중국 기업들에 대한 견제와 동시에 국내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