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렉트릭 사장, 전 지식경제부 차관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판매하는 주체이며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창출한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은 종사자에 대한 임금, 재료 비용, 임대료, 이자 그리고 주주에 대한 배당의 형태로 관계자들에게 배분된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대부분 기업은 법인 설립을 통해 주식회사의 형태로 운영되고, 시장 경제의 원리에 따라 경쟁하면서 활동한다. 기업의 주인이 누구인가? 주식을 가진 주주가 주인이라는 ‘주주가치론’과 종업원이나 고객 등이 사실상의 주인이라는 ‘이해 관계자론’이 있다. 최근에는 법인도 하나의 인격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업의 주인은 기업 자신이라는 이론도 등장하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기업은 자신의 목표를 추구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권한과 책임을 진다. 기업은 지속 가능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이사회라는 의사결정체를 통해서 경영 활동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창출된 이익을 나눔에 있어서 주주 이익과 사회적 이익의 균형을 어떻게 취할지도 기업 자체의 몫일 뿐이다. 그래서 경영은 조화와 균형이 필요한 예술과 같다. 극단의 선택은 일시적으로 선명해 보이지만 현실에는 맞지 않는 색깔이다.
고대 그리스 혼란의 시대에 아테네가 도시국가로서 지중해를 제패한 것은 시민의 참여와 애국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로마가 세계 제국으로 커나갈 수 있었던 이유도 로마 시민으로만 구성된 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주변의 다른 부족들은 대부분 전투 행위를 전문으로 하는 용병 중심이었다. 반면에 시민으로만 구성된 로마군은 자신의 가족과 재산을 지켜야 했기에 전쟁에서 월등하게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중국 역사에도 백성의 마음을 사는 지도자가 결국은 세상을 통치하는 이야기가 많다. 조선 최고의 개혁 군주로 평가받는 정조는 일찍이 “군주민수(君舟民水)”라 하였다. “백성은 바다의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울 수도 있고 엎을 수도 있다”라는 격언을 봐도 리더십의 요체가 무엇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군사적 능력이 훌륭한 장군도 필요하지만, 백성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정치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여 상호 간의 소통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진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지난 2년여 ‘원견명찰(遠見明察)’이라는 이름을 달고 칼럼을 기고해 왔다. 원견명찰은 한비자의 ‘고분(孤憤)’에 나오는 말로서 지혜롭고 현명한 지도자의 자세를 뜻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어떤 의미에서는 각자도생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경쟁은 분명 사회 전체의 역량을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하는 필연적인 도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관용과 타협을 멀리하여 조직 구성원 모두가 죽기 아니면 살기의 싸움을 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지도자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지금까지의 글이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 모두를 관통하는 화두는 ‘균형’이라는 단어로 대표할 수 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극단이 아닌 중간 어딘가에 있는 현실적인 해답을 찾으려는 공동체의 노력과 ‘관용’의 정신이 필요한 시대이다. 다시 읽어 보면 부끄럽고 민망하지만 솔직하게 쓰려고 했던 마음을 찾아볼 수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그동안 읽어주신 많은 분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