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개인 취미 사업화한 사례 많아…골프 시장 성장세에 사업 진입한 점은 긍정적 평가
'이번엔 골프다.'
정용진 부회장이 반려동물 사업에 이어 또한번 자신의 취미를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골프 마니아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골프장 간식, 골프용품 픽업 서비스 론칭 등에 멈추지 않고 프리미엄 골프 아카데미 오픈까지 추진하고 있다. 국내 골프 시장이 9조 원 이상 성장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취미의 사업화’가 또 한번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신세계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올해 초부터 골프 관련 사업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올해 3월 골퍼들을 위한 간식인 ‘안전빵’을 출시했다. 안전빵은 일부 골프장에서만 판매하는데도 출시 4개월 만에 3800여 개나 팔렸다.
이마트는 SSG닷컴과 손잡고 골프용품 옴니 서비스를 하고 있다. 골프용품 옴니 서비스는 고객이 SSG닷컴으로 원하는 상품이 있는 매장을 확인해 주문하면, 주문 후 이틀까지 원하는 시간에 매장에서 상품 수령을 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신세계건설은 프리미엄 골프 아카데미 ‘트리니티 GX’ 오픈을 추진하고 있다. 트리니티 GX는 최첨단 시설을 바탕으로 스윙 분석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TV쇼핑은 지난달 특허청에 의류, 신발 등을 대상으로 ‘시선교란(SISUNGYORAN)’ 상표를 출원한 바 있다. 시선교란은 정 부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골프 패션을 수식할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신세계그룹이 골프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골프 인구 증가와 함께 정 부회장의 관심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정 부회장은 개인 SNS에 자신의 드라이브샷 장면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는 출장차 방문한 미국에서 골프채 장인인 스카티 카메론을 만났다.
기업 오너가 개인 취미를 사업화한 사례는 많다. 평소 와인에 관심이 많았던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2007년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 부회장 시절 와인 유통 전문회사인 ‘트윈와인’ 설립을 주도했다. 와인 애호가였던 매일유업 고 김복용 창업주도 2001년 와인 수입사인 ‘레뱅드매일’을 설립했다.
자전가 마니아인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2010년 LS네트웍스가 자전거 유통점 ‘바이클로’를 출범할 때 관여했다. 한화그룹 오너 3세로 국가대표 승마 선수였던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는 승용마 경매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소문난 애견인인 송하경 모나미 회장은 2000년대 초 애완용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모나미펫’을 만들었다.
하지만 취미가 사업 성공으로 다 이어진 것은 아니다. LG상사는 2012년 자원 사원 집중 차원에서 와인 유통 사업을 정리했다. 매일유업은 올해 6월 식품 사업 집중 차원에서 레뱅드매일을 매각했다. 바이클로는 출범 이후 매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신세계 골프 사업은 이들과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우세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골프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골프 시장 규모는 2019년 6조7000억 원에서 2023년 9조200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소비를 주도하는 MZ세대까지 골프인구에 가세하면서 관련시장은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 인구는 515만 명에 육박했으며 이 가운데 MZ세대의 비중은 6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