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의 전문사모펀드 운용사 전수조사가 ‘수박 겉핥기’식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사와 제재가 모두 끝난 10곳 중 6개 운영사에서 부실이 드러나 제재를 했으면서도 조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서면 방식까지 도입해 실적 쌓기식 조사를 벌이고 있어서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2019년 라임과 옵티머스 등의 환매 연기 사태가 벌어지면서 부실 경영 지적이 불거졌다.
4일 이투데이가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입수한 ‘금융감독원 사모펀드 전문사모운용사 전수 조사 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금감원 사모펀드 전문사모운용사 전담 검사단은 지난해 말 기준 44곳(18.9%)에 대한 검사를 끝냈다.
최종 결론을 낸 곳은 23개사였다. 이 중 14개사(약 61%)가 제재를 받았다.
금융당국이 2020년 7월 20일부터 전문사모펀드 운용사 233곳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본격화했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자료를 보면, 금감원은 사모펀드 관련 금융사고의 원인으로 역량이 미흡한 소규모 운용사들이 급증한 점, 운용사들이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위험도가 높고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편입해 스스로 유동성 리스크를 초래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업계에선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전수조사가 용두사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감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낸 ‘2022년 전문사모운용 전담 검사단 계획서’를 보면 올해부터 검사 방식에 서면 검사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70여 곳 이상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애초에 금융 당국이 사모펀드 운용사 전체를 제대로 들여다보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서면 조사가 진행되면 누가 자신의 죄를 나서서 밝히려 하겠냐”고 반문했다.
검사단도 현장검사의 필요성을 알고 있다. 전문사모운용 전담 검사단 관계자는 “서면으로 하면 (자기네들한테) 유리한 자료만 준다. 사실상 서면검사는 한계가 있다. 현장 가서 논의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항이 나오기도 한다”며 현장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무리하게 정해놓은 조사 기간을 맞추려는 의도로 본다. 금감원은 계획서에 2023년까지 약 3년 4개월간 233개사를 들여다볼 방침이었다. 근거는 2017~2018년 연간 50~60개의 운용사를 검사했던 경험이다. 검사단 관계자는 “조사단 한 곳을 현장검사 하는데, 총 5명씩 나간다. 한 곳 검사하는 데 거의 한 달이 걸린다”며 “만약에 문책 사항이 인지되면 제재 절차로 들어간다. 제재심의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까지 제재절차가 올라가면 시간이 더 걸린다. 표준처리 기간을 152일로 두고 이내에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검사단 인원은 총 30명이다. 2017~2018년 근거 또한 뻥튀기였다. 이투데이 취재결과, 각각 30곳, 41곳의 현장조사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강민국 의원은 “라임·옵티머스 등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로 잃어버린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말뿐인 조사가 아닌 진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사모펀드 업계에 대한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의 책임론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