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매년 56만 가구 공급
과잉 우려할 정도로 공급 늘리겠다"
대출규제 강화에 '묻지마 청약' 줄어
대구·경북 분양 아파트 무더기 미달
정부가 2030년까지 매년 56만 가구 이상 주택을 공급해 집값을 잡겠다고 선언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공급과잉을 우려할 정도”까지 새집을 시장에 내놓겠다고 했다. 특히 전국적으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곳이 늘어난 상황에서 정부는 주택공급 정책에 박차를 가해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새해 첫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올해 입주 예정물량 35만7000가구와 내년 54만 가구를 포함해 2030년까지 매년 56만 가구를 시장에 공급할 것”이라며 “시장 일각에서 공급과잉을 우려할 정도로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 공급계획에 박차를 가할 것을 예고했다. 홍 부총리는 “서울에서 수도권, 전국으로 매수심리 위축이 연쇄 확산되고 가격하락으로 돌아선 지자체 숫자도 지난해 11월 첫째 주 6곳에서 지난달 마지막 주 30곳까지 확대됐다”며 “지역과 무관하게 하향 안정세로의 전환에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런 집값 하향 안정세를 이어가기 위해 주택 공급과 공공·민간 사전청약 등 공급정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분양의 경우 올해 분양 예정물량 39만 가구와 사전청약 7만 가구를 합쳐 평년(34만 가구)보다 30% 이상 많은 46만 가구가 예정돼 있다”며 “사전청약은 지난해 두 배 물량을 서울 등 선호입지를 중심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주택공급을 위한 택지지구 지정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홍 부총리는 “앞서 확보한 후보지 43만 가구를 올해 안으로 지구지정 등을 완료하고 직주 근접성이 높은 도심에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을 통해 10만 가구 이상 후보지도 추가 발굴할 것”이라며 “이달 중 도심 복합사업 신규 후보지 선정 및 발표와 다음 달 1분기 1만5000가구 사전청약 입주자 모집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물량 공세를 예고한 가운데 일부 지방 청약시장에선 미달 사태가 속출해 앞으로 집값이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지 주목된다.
이날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경북 등 지방에서 분양한 아파트에선 무더기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달 14∼16일 청약한 대구 달서구 감삼동 ‘해링턴 플레이스 감삼 3차’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358가구 청약에서 2순위까지 모두 85명만 신청해 미달됐다. 같은 기간 청약을 받은 대구 달서구 두류동 ‘두류 중흥S-클래스 센텀포레’와 동구 효목동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도 2순위까지 모두 미달됐다.
지난달 13~15일 분양한 경북 포항시 남구 ‘남포항 태왕아너스’와 지난달 21∼22일 청약한 울산 울주군 덕하지구 뉴시티 ‘에일린의 뜰 2차’도 일부 미달됐다. 경남 사천시와 전북 익산시, 전남 구례군 분양 단지도 최종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지방 아파트 미분양률은 지난해 4분기 들어 급등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에서 분양된 707개 단지 중 미달 단지는 총 117곳(16.5%)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3분기 569개 청약 단지 가운데 50곳(8.8%)이 미달된 것과 비교하면 미달률이 두 배 이상 치솟은 셈이다.
지방을 중심으로 청약 미달 단지가 늘어난 이유는 올해부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묻지마 청약’이 줄어든 탓이다. 대구와 세종 등 입주 물량이 많은 곳은 집값 하락이 한 달 넘게 이어지자 청약 경쟁률이 하락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집값 상승세가 꺾이면서 지역에 따라 청약 심리도 주춤하므로 비인기지역이나 고분양가 단지는 외면받는 ‘옥석 가리기’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