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타임, 사상 최장·ASML 독일 공장 화재…반도체 품귀 심화하나

입력 2022-01-0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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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리드타임 약 25.8주, 집계 이래 최장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베를린 공장 화재
“화재로 핵심 부품 출하량 10% 줄면 전 세계 노광장비 공급 8.4% 감소”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3년 연속 증가 전망

▲ASML 연구진이 제조 공정을 살피고 있다. 출처 ASML 웹사이트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인 리드타임이 최근 다시 길어진 데 이어 주요 제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IT 시장조사업체 서스퀘나파이낸셜그룹을 인용해 지난해 12월 반도체 리드타임이 전월 대비 6일 길어진 약 25.8주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집계를 시작한 2017년 이후 가장 긴 기간으로, 10월 22.3주에서 11월 소폭 개선된 후 다시 늘어났다.

서스퀘나의 크리스 롤랜드 애널리스트는 “리드타임 증가 속도가 고르진 않지만, 12월 다시 상승했다”며 “거의 모든 제품에 걸쳐 리드타임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특히 전력 관리와 MCU(마이크로컨트롤러) 부문이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 압박은 2022년까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드타임이 길어지면 공급 불안을 느낀 고객사들이 부품을 확보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구매에 나서게 되고, 이후 물량이 넘치면 중복된 주문을 취소하게 돼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독일 베를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반도체 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해당 공장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 들어가는 웨이퍼 테이블 등 첨단 부품 생산을 맡고 있다.

ASML은 화재가 전체 3만2000㎡ 부지 중 약 200㎡에만 영향을 미쳤다면서 제조 현장의 다른 지역은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ASML은 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온 만큼 이 업체의 작은 생산 차질도 반도체 전체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현재 ASML은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등에 최첨단 칩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마사히로 와카스기 애널리스트는 “ASML은 8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베를린 공장 화재로 노광장비 핵심 부품 출하량이 10% 감소하면 전 세계 노광장비 공급은 일시적으로 8.4%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SML은 베를린 공장 복구 일정이나 생산 대체 업체 확보 등에 대해선 아직 밝히지 않았다. “철저한 조사와 완벽한 평가를 하는데 며칠이 걸릴 것”이라고만 밝힌 상태다.

일련의 소식은 자동차를 비롯해 올해 반도체 부족 문제 해소를 통해 반등을 기대하는 산업에 찬물을 끼얹었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자동차 산업은 반도체 품귀로 인해 2000억 달러(약 240조 원) 이상을 손해 본 것으로 추산된다.

블룸버그는 “애플에서 포드에 이르기까지 회사들은 충분한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면서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잃고 있고 부품 구매에 대한 압박이 비용까지 증가시키고 있다”며 “ASML에서 발생한 화재는 글로벌 반도체 부족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한편 반도체업계는 계속되는 수요 급증에 힘입어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5000억 달러(약 599조 원)를 돌파해 3년 연속 매출 증가를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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