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종류만큼이나 복잡해진 ‘권리산정기준일’…시장서 혼란 가중

입력 2022-01-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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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기획' 후보지 작년 9월 23일
탈락지역도 올해 1월 28일로 지정
정비사업 별로 권리산정일 제각각
정비구역 내 빌라 주인 피해 호소
"산정 날짜 지정, 충분한 논의 필요"

▲서울 강남구 일원동 대청마을 일대 부동산 밀집지역 거리 전경. (박민웅 기자 pmw7001@)

“지난해 12월 준공하고 보존등기까지 마친 신축 빌라를 분양받았습니다.
향후 세입자를 구해 올해 3월께 소유권 등기를 마친다면 현금청산될까요?”
(유명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네티즌 A 씨)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 발표 이후 문의 전화를 수도 없이 받았어요.
대부분 지금 사면 현금청산이 되는지, 이번에 떨어진 곳들은 권리산정 기준일이 어떻게 되는지 묻는 전화였습니다.”
(강남구 일원동 S공인 관계자)

최근 유명 부동산 커뮤니티나 공인중개사 등에 현금청산 권리산정기준일에 관해 묻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비사업의 종류가 많아지면서 각각의 정비사업마다 권리산정기준일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권리산정기준일이 많아지고, 복잡해지자 억울하게 피해를 봤다는 사람들도 줄을 잇고 있다.

권리산정기준일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지에서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시점을 말한다.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매매나 신축 빌라 건설, 지분 쪼개기 등을 하면 입주권을 얻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현금청산 산정액은 보통 시세보다 낮게 계산돼 투기 수요를 막는 규제 수단으로 사용한다.

문제는 최근 정비사업 종류가 많아진 만큼 권리산정기준일도 많아져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선정된 신속통합기획 민간재개발 후보지 21곳은 권리산정기준일이 모집 공고일인 지난해 9월 23일로 정해졌다. 해당 후보지 내에서 입주권을 얻기 위해선 이날 이내에 빌라 공사를 완료 후 보존등기까지 마쳐야 한다.

주목할 점은 이번에 후보지로 선정되지 않은 지역들도 권리산정 기준일이 이달 28일로 예정됐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기존 구역 내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무분별한 지분 쪼개기 등을 막고자 미선정 구역까지 포함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지난해 2·4대책 당시 도입했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 복합사업)의 권리산정기준일은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됐던 지난해 6월 29일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사업구역 내에서 부동산을 새로 매입하면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도심 복합사업의 경우 권리산정기준일이 당초 대책 발표 다음 날인 2월 5일로 정해졌지만, 법안 심의 과정에서 국회 본회의 의결일인 6월 29일로 연기됐다. 이에 사업 대상지인 은평구 증산4구역은 한때 입주권을 얻기 위한 막바지 투기 바람이 불었다.

2020년 8·4대책으로 추진하는 공공재개발의 경우 권리산정기준일은 공모 공고일 기준으로 1차는 2020년 9월 21일, 현재 공모 진행 중인 2차는 2021년 12월 31일이다. 이날 이후 다가구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쪼개거나 신축, 토지를 나누면 현금청산된다.

이처럼 권리산정일이 복잡해지고 많아지니 이를 두고 억울하게 피해를 봤다는 주장들도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현금청산 위험성이 있는 지역인 것을 알지 못한 채 빌라를 사들였거나 향후 갑작스레 권리산정일이 지정돼 현금청산될 위기에 놓인 사례가 대부분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한 청원인은 “집을 계약할 때까지도 도심 복합사업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고, 부동산에서도 이 지역이 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것을 알려주지도 않았다”며 “결국 나중에 후보지로 선정돼 현금청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하소연했다.

강남구 일원동 주민 김모 씨는 “신통기획에서 떨어졌는데도 권리산정일을 1월 28일로 지정한다고 하니 수억 원 피해를 보게 될 판”이라며 “그 날짜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겠나. 신축 빌라라고 하더라도 이전에 건축 승인이 난 빌라들은 규제에서 빼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본적으로 투기 방지를 위해서 권리산정에 대한 기준 자체는 필요하지만, 현재는 정비사업마다 설정하는 방식도 다르다 보니 혼란이 일고 있다”며 “정비사업 중 어떤 단계에서 어떤 날짜를 기준으로 해야 가장 합당할지 먼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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