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 향수’에 꽂힌 패션업계…신세계인터·LF 이어 한섬도 도전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업체들이 신성장 먹거리로 니치(고가 프리미엄) 향수를 낙점하고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패션 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고, 토탈 뷰티·패션 업체로 신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를 공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9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3년 국내 향수 시장은 4400억 원을 기록했고, 2019년에는 6000억 원을 넘어섰다. 특히 향수 시장에서 프리미엄 향수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2019년 5270억 원이던 국내 니치 향수 시장 규모는 지난해 6250억 원으로 뛰었다.

이에 따라 패션업계에 니치 향수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비싸더라도 개성을 위해 지갑을 아끼지 않는 MZ세대를 공략하는 동시에 단가가 높아 매출 기여도도 높다. ‘조말론’ 향수의 가격은 100㎖ 기준 20만 원에 달하고, ‘딥티크’와 ‘바이레도’ 역시 20만~30만원 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이 업체는 2014년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의 국내 판권을 확보한 데 이어 곧바로 이탈리아 브랜드 ’산타마리아 노벨라’를 사들였다. 2015년에는 향수 편집숍 ‘라페르바’를 론칭하고 2017년에는 프랑스 향수 ‘딥디크’를 도입해 ‘니치향수 명가’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매출도 성장세다.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딥티크’ 매출은 전년 대비 44.5% 성장했고, ‘바이레도’는 36.5%, ‘산타 마리아 노벨라’는 36.3% 올랐다.

(사진제공=LF)

LF도 지난해 9월 롤렉스와 파텍필립 등 명품시계 편집숍인 ‘라움워치’의 문을 연 데 이어 2월 니치 향수 전문 편집숍 ‘조보이(JOVOY)’의 유통 판권을 확보하고 국내 시장에 론칭할 예정이다. ‘조보이’는 프랑스 파리의 유명 관광지로 불리는 루브르 박물관 인근 향수 멀티숍으로 100여 개가 넘는 브랜드, 2500개 향수를 판매하고 있다. 가격대는 6만5000∼20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LF가 향수 시장에 진출한 것은 2016년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불리 1803’의 국내 판권을 확보한 이후 5년 만이다. 다음달 LF몰 론칭을 시작으로 온라인 유통망을 구축해 국내 소비자 취향에 알맞은 브랜드를 선보일 방침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전문기업 한섬도 뷰티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해 8월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를 들여온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니치 향수 편집숍 ‘리퀴드 퍼퓸 바’(Liquides Perfume Bar)를 선보일 계획이다.

리퀴드 퍼퓸 바는 프랑스 향수 유통 전문가 다비드 프로사르와 유명 디자이너 필립 디 메오가 2014년 공동으로 창업한 편집숍으로, 니치 향수를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 한섬은 리퀴드 퍼퓸 바를 통해 ‘프라팡’(Frapin)와 ‘어비어스’(Obvious) 등 국내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10여개 브랜드 향수를 소개할 예정이다.

한섬 관계자는 “오에라 론칭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니치 향수 시장에도 뛰어든다”라면서 “현대백화점 위주로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인 뒤 온라인 등으로도 유통망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