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위기] ② 물가는 치솟는데 임금은 그대로...‘과유불급’ 딜레마 직면한 고용시장

입력 2022-01-10 15:25수정 2022-01-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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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다 실업률 변동 거의 없어
지난해 3분기 유로존 시급 2.5% 상승 그쳐
지나친 정부 지원 의존, 경제회복 방해·소비력 저하 우려

▲사진은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달 24일 시민들이 개선문 앞을 지나고 있다. 파리/신화뉴시스

유럽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임금 변동폭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유럽 고용시장 내 경쟁이 느슨한 탓인데, 자칫 경제회복에 큰 지장을 주고 노동자들의 소비력이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실업률은 지난해 9월 8.6%를 기록해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10월 7.3%를 기록하면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이 3.9%로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미국에 비해 변동폭이 크지 않은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시한 유급 휴가를 비롯한 보조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코로나19 기간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임금 상당 부분을 충당한 덕분에 실업률이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떨어지지도 않은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은 코로나19 회복기에 접어든 요즘 인력 부족에 빠진 기업들이 높은 임금을 제시하며 문제를 겪는 미국 등 다른 국가와 다른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유로존 노동자는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4분기보다 노동 시간이 2% 적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기업이 인력 유치를 위해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등 큰 비용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WSJ는 짚었다.

그 결과 유로존 시급은 지난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2.5%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 평균 시급이 4.5% 오른 것보다 낮은 수치다. 골드만삭스의 스벤 자리 스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여유가 많은 만큼 기업들이 임금을 가파르게 올리기엔 방어벽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런 상황이 경제는 물론 노동자들에게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전히 많은 노동자가 기업에 속해 있지만, 상당수가 일을 쉬고 있어 전반적인 생산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생산은 지지부진하고 노동자들도 쥐꼬리처럼 올라가는 임금을 감수해야 한다.

소비자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임금 상승률이 지지부진하면 자칫 소비력이 약해질 우려가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노동자들이 소비력을 유지하기 위해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실질적인 소비력 손실분을 상쇄하기 위해 임금 인상을 압박하는 징후는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ECB가 내놓은 올해 평균 물가상승률 전망은 3.2%다.

유로존 노동자 4500만 명을 대표하는 유럽노동조합총연맹(ETUC)의 에스더 린치 사무차장은 “팬데믹 기간 우리 사회가 돌아가도록 많은 노동자가 도왔다는 것은 박수받아 마땅하다”며 “이들은 재정적으로도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린 생산성과 ECB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근거해 임금 협상에 있어 장기적인 관점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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