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는 6.8% 급락해 시총 1722억원 증발…이마트는 0.34% 상승 마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공산주의를 멸함) 주장이 외신에 보도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확산하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등 영향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적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오너 리스크 부상을 우려하는 반면 또다른 한편에서는 면세점 실적에 대한 우려일 뿐 오너리스크와는 상관없다는 지적도 있어 향후 추이에 시선이 쏠린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신세계 주가는 6.80%(1만7000원) 하락했다. 이날 하루에 시가총액만 1722억 원이 증발했다. 주가 하락을 이끈 것은 외국인과 기관이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8억4300만 원, 136억3300만 원을 팔아치웠다.
시장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이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를 불러온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연일 '멸공'이란 단어를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정 부회장이 '멸공'과 함께 시진핑 중국 주석 사진을 게재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에 정 부회장은 시 주석 사진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으로 변경하면서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정 부회장의 '멸공'을 지지하며 '멸공 인증 릴레이'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나경원 전 의원은 각자 이마트에 방문해 인증샷을 올리고 멸치와 콩을 태그했다. 이에 여당인사들도 반발하는등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신세계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자 그룹 사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예상과 함께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중국 사업 의존도는 다른 기업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정 부회장의 인지도를 고려하면 계열사 사업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 이후 이마트가 2017년 중국에서 철수했고 2018년 롯데마트도 중국에서 사업을 접은 바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 그룹에서는 이에 대해 선을 그었다. 신세계 관계자는 “당초 문제가 된 것은 게시물이 삭제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것인데 다른 쪽으로 흐르는 것 같아서 당황스럽다”면서 “본질은 거대 플랫폼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고 다른 일반인들은 얼마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겠느냐는 우려인 만큼 확대해석은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정 부회장은 이에 방점을 찍는 글을 이날 또 다시 게재했다.
정 부회장은 “사업하는 집에 태어나 사업가로 살다 죽을 것이다. 진로 고민 없으니까 정치 운운 마시라”면서 “멸공은 누구한테는 정치지만 나한테는 현실이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나는 사업가로서 그리고 내가 사는 나라에 언제 미사일이 날아올지 모르는 불안한 매일을 맞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느끼는 당연한 마음을 애기한거다”며 논란에 선을 그었다.
한편 증권 업계에서는 이날 신세계의 주가 하락이 면세점과 화장품 등의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날 NH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은 LG생활건강에 대한 리포트를 내놓으면서 일제히 국내 면세의 일시적 매출 차질을 우려하는 동시에 목표주가를 크게 하향 조정했다. 이에 신세계 면세점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신세계의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면세점 사업 비중이 높은 호텔신라의 주가도 이날 3.75%(2900원) 하락했고 화장품 사업을 가지고 있는 신세계 인터내셔날 역시 5.34% 급락했다. 하지만 오히려 정 부회장이 지분 18.56%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이마트의 주가는 0.34% 상승 마감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신세계와 이마트는 중국 사업 비중이 높지 않은데 정 부회장의 SNS로 주가가 이렇게 급락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 “오히려 LG생활건강을 비롯해 K뷰티 산업의 면세 매출 저하 우려가 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