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업계 염원 ‘복수의결권’ 도입, 이대로 좌초되나

입력 2022-01-1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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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법 개정안' 10일 법사위 안건에도 못 올라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벤처 업계의 염원에도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에게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내용의 ‘벤처기업법 개정안’(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를 표류하고 있다.

지난달 2일 개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10일 오후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개정안은 이날 법사위 안건에도 오르지도 못했다. 11일 임시 국회 회기를 넘기면 곧 대선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법안 논의 여부가 불투명하다.

개정안이 이번 법사위 안건에 오르지 못한 건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의원들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정무위 의원실 관계자는 “정무위 의원들 중심으로 법안이 재벌 승계 등 악용될 소지가 많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무위 소속 박용진ㆍ오기형ㆍ이용우 의원은 9일 복수의결권 도입에 적극 반대한다며 공동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복수의결권 제도는 기업 지배구조와 소액주주 보호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는 문제점이 더 크므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할 것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창업주에게 1주당 2~10 의결권을 부여해 기업이 IPO 이후에도 창업 가치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국이나 영국 등 창업이 활발한 국가에서 이미 도입된 제도인데, 그동안 복수의결권 도입은 벤처 업계의 숙원 중 하나였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역시 2020년부터 줄곧 법안 도입을 추진해왔는데, 지난달 22일 발표한 2022 중기부 업무계획에도 복수의결권 도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법안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벤처ㆍ스타트업 업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재벌 대기업의 승계에 악용된다는 우려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는 10일 공동으로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현재 국회에 상정된 법안에는 우려하는 사안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복수의결권을 발행한 기업이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편입되는 경우 즉시 보통주로 전환되고, 복수의결권 발행이 총 주식의 3/4 이상 찬성을 필요로 하는 특별 결의를 통해 정관을 변경한 뒤 가능하므로 실제로 창업주 마음대로 복수의결권을 발행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소수 주주와 채권자 보호, 대주주 견제를 위한 주요 의결 사항에 대해서는 복수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법안에 담겨 경영 활동 관련 정관의 변경 시에만 복수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짚었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 단체에서는 기업이 상장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일몰 조항 자체를 삭제하는 법 개정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 등 8개 시민단체는 “복수의결권 주식 허용 법안을 반드시 폐기시켜라”며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일몰 조항 자체가) 복수의결권을 다른 기업에 확대 적용하거나 해당 조항을 없애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커 처음부터 개정을 염두에 두고 입법을 만들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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