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병 월급 200만 원' 한목소리…재원은 어떻게 마련할까

입력 2022-01-1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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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윤석열,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
이재명, 선택적 모병제ㆍ月 200만원 '패키지' 구상
윤석열, 세출 구조조정으로 재원 확보
"한정된 국방예산, 촘촘한 인건비 설계 필요" 우려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뉴시스)

여야 대선후보가 모처럼 병사 월급 인상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이 이번 대선의 주요 승부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ㆍ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병사월급 '200만 원' 공약을 내걸고 청년 표심 공략에 나섰다.

◇이재명 "모병제로 예산 확충"ㆍ윤석열 "세출 구조조정"
문제는 돈이다. 올해는 36만 명의 병사에게 67만여 원(병장 기준)의 월급을 지급하는데 총 2조4000억 원가량이 든다. 정부는 지난해 2026년 병장 월급을 100만 원 수준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대략 연간 3조6000억 원(상비병 30만 명 기준) 규모다. 군 당국은 인구수가 줄더라도 2026년까지는 상비병 30만 명 유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은 같지만, 재원 조달 방식은 달랐다. 윤 후보는 국가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예산을 재편성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최저임금 수준으로 보장한다면, 현재보다 5조1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국민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곳에 쓴 예산을 삭감하고, 흘러가지 말아야 할 곳에 흘러간 혈세를 차단할 것"이라며 "엄격한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의 '200만 원 공약'은 '선택적 모병제'와 함께 패키지로 간다. 징집병 규모를 현재의 절반으로 줄여 확보한 재원을 병사 월급 인상에 쓰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차기 정부 임기 말인 2027년까지 징집병 규모를 현재 30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대폭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모병제 요건이 받쳐줘야 병사봉급 200만 원도 가능한 것이다.

15만 명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연간 3조6000억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민주당 선대위 측은 재원 조달을 묻는 질문에 "징집병이 줄어들면 이에 따른 병 급여, 급식비 등 인력운영비도 함께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며 "통상적인 국방비 증가분과 함께 항목 간 조정을 한다면, 인건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선후보의 문제제기도 있었다. 소위, 하사 등 초급 간부 처우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사 월급만 인상하면 초급 간부와 별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예전에 국민의힘에서 '부사관 월급이 사병 월급보다 적으면 누가 지원하냐'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면서 윤 후보 측에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정책 관계자들은 초급 간부의 봉급 인상 역시 함께 이뤄질 것으로 봤다. 예컨대, 같은 위관 장교라도 소위ㆍ중위는 의무 복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대위와도 격차가 크다. 2020년 국방통계 연보에 따르면, 위관장교 평균 연봉은 대위(7년) 5520만 원ㆍ중위(2년) 3598만 원ㆍ소위(1년) 3328만 원으로 집계된다. 두 후보 모두 국방 인력 전문화에 초점을 맞췄는데, 초급 간부들의 모집 동기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병 봉급과 함께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정부담ㆍ인건비 비대화 국방예산" 지적도
다만, 국방예산이 인건비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건비(전력운영비)는 사실상 고정값과도 같아 한정된 국방예산을 활용하는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국방예산만 봐도, 국회는 인건비·시설비 등 전력운영비는 정부안 대비 283억원 늘렸지만, 무기 개발·도입 등 방위력개선비는 6448억 원 삭감했다.

지난해 10월 발간된 '2022년도 국방위 예산안 분석'을 살펴보면,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방 분야 예산 중 전력운영비 비중의 증가는 향후 방위력개선비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곤란하게 하거나, 국방예산 배분의 전략적 고려 또는 융통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체계적인 인력운영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정확한 예산 추계와 배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단계적 모병제로 가더라도 군 간부의 급여 수준은 여전히 병사보다 높다. 또 부사관 인원이 늘어날수록 향후 군인연금기금에 대한 국가부담금과 보전금 규모도 덩달아 증가한다.

이 후보의 '선택적 모병제'는 병역 대상자가 ‘징집병’과 ‘기술집약형 전투부사관 모병’을 선택하는 제도다. 2027년까지 징집병 규모를 15만 명으로 줄이겠다고 하지만 연도별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 후보는 '선택적 모병제'에 따른 예산 추계 작업은 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공약 발표 당시 "당연히 일부 예산 증가되긴 할텐데 내부 계획에 따르면, 모병제 전환 따른 예산은 4조4000억 원 정도"라며 "자연 증가분, 기존의 일부 예산을 좀 전환하든 해서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20년 뒤에는 모병제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전력운영비와 관련, "향후에도 국방인력구조 재설계에 따른 인건비의 지속적인 증가, 첨단 무기의 단계적 전력화에 따른 전력유지 소요 증가 등 국방개혁 2.0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경직성 경비의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국회에서 국방분야 재원배분 방향 설정에 관하여 지속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각 후보가 한목소리를 낸만큼 여야가 공약화에 속도를 낼지 이목이 쏠린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병사들을 위한 훌륭한 정책, 좋은 정책에 저작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야가 공약 이행을 위해 서로 노력하고 힘을 합쳐 청년의 국가에 대한 헌신에 응답하는 것이 우리 정치가 할 일"이라고 협력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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