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관용 처벌” 예고…수습부터 보상까지 '산 넘어 산'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신축 주상복합아파트 공사 현장 붕괴 사고에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6월 광주에서 재개발 건물 철거 사망 사고를 낸 지 7개월 만이다. 반년 남짓한 시간 동안 안전관리 부실로 비슷한 사고를 낸 만큼 회사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노동자 6명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인 데다 반년 만에 또다시 사고를 내 정부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12일 광주 서구 화정동 사고현장을 찾아 실종자 가족과 광주시민에게 사과했다. 유 대표는 “회사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고로 인해 피해를 보신 실종자와 그 가족, 광주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한다”며 “현재 관련 기관 협의로 실종자 수색과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한 안전 확보 대책을 수립하고 앞으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전날 오후 3시 47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에 짓는 39층 규모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건물 39층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던 중 23∼38층 외벽 등 구조물이 붕괴됐다. 일부 작업자는 자력으로 대피했지만, 작업자 6명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사고 다음 날 현장에서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지난해 6월 광주 재개발 건물 철거 사고로 사망사고 낸 후 1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광주에서 사고를 냈기 때문이다.
당시 회사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현장을 방문해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후 안전경영실 신설과 작업중지권 확대, 위험 신고센터 개설, 골조 공사 안전 전담자 선임 등 각종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신축 주상복합아파트 붕괴 사고로 사고방지 대책은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자사 ‘아이파크’ 브랜드 신뢰도 훼손도 불가피하다. 당장 광주시는 이날 현대산업개발에 광주 내 모든 건축·건설 현장의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현재 회사는 광주에서 계림동(1750가구)과 화정동 1블럭(316가구), 화정동 2블럭(389가구), 학동 4구역 재개발, 운암3단지 재건축 등 광주에서 총 5건의 아파트 시공을 진행 중이다. 이에 계림동은 7월, 화정 1·2블럭은 10월 입주예정이었지만 일정 연기가 불가피하다.
광주시의 조치에 이어 현대산업개발은 13일부터 이틀간 전국 현장 65곳의 공사작업도 일시 중단하고 특별 안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사측은 "전 현장의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조치로 이번 안전점검을 통해 만에 하나 있을 위험요인을 제거해 안전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현대산업개발의 유·무형 재산 손실이 만만찮을 것”이라며 “앞으로 정부나 지자체가 발주하는 공사 입찰에서도 불리할 것이고 브랜드 이미지 손상으로 민간 아파트 분양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와 사정 기관의 집중 조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사고현장을 방문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리책임 부실 등 위법사항은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국토부는 전날 기술정책과장, 익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관, 국토안전관리원 등 전문가 파견했다. 또 중앙건설사고조사위원회도 구성·운영할 계획이다.
사건 조사를 담당할 대검찰청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대검은 “합동수사본부를 통한 상호 협력으로 수사역량을 결집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중대 재해 발생에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화정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장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전날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2명과 콘크리트 타설 하도급 업체 관계자 1명, 타워크레인 기사 1명, 감리 1명 등 5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으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 현장감식을 벌여 붕괴 원인을 밝히고 부실시공 여부와 관련법 위반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