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 과징금 폭탄 피한 해운사...10분의 1로 준 까닭은

입력 2022-01-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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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법 신고ㆍ협의요건 미준수가 제재 이유..."업종 특수성 고려해 과징금 줄여"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3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동남아 항로 해상운임 담합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23개 국내외 해운사의 운임 담합 혐의에 대해 962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한 것은 이들 업체가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해운법상 신고와 협의 요건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23개 선사 중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는 국적 선사(12곳)는 고려해운으로 296억 원이다. 이어 흥아라인(180억 원), 남성해운(29억 원), 장금상선(8623억 원), HMM(36억 원) 등의 순이다. 외국적 선사(11곳) 중에서는 대만 선사인 완하이라인스엘티디(115억 원)가 가장 많은 과징금을 맞았다.

그동안 이들 선사는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이번 공동행위가 ‘해운사는 운임·선박 배치, 그 밖의 운송 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 행위를 할 수 있다’는 해운법에 의거한 정당한 행위라고 반박해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23개 선사 행위가 해운법상 신고와 협의 요건을 준수하지 않은 불법적인 공동행위라고 결론 내렸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선사들의 공동행위가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30일 이내에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하고, 신고하기 전 화주단체와 서로 정보를 충분히 교환하고 협의해야 하는 등의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3개 선사는 이를 지키지 않아 해운법상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일부 선사들은 18차례 운임회복(RR) 신고를 해수부에 했고, 이 안에 공정위가 문제 삼는 120차례의 운임 합의 내용이 포함되는 만큼 별도 신고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두 개의 신고는 전혀 별개의 것이고, 18차례 신고에 120차례 합의가 포함된다고도 볼 수 없는 만큼 선사들이 해수부에 제대로 신고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선사들은 120차례 운임 합의에 대해서 신고 전 화주 단체와 충분히 정보를 교환·협의하지도 않았다. 선사들은 18차례 운임회복(RR) 신고 전에 그 내용을 일회성으로 화주 단체 측에 통보했는데, 통보 내용은 실제 선사 간 합의 내용과 달랐다.

화주 단체 측에 전달한 문건에는 운임 인상의 구체적인 근거도 적혀있지 않았다.

다만 공정위(전원회의)가 부과하기로 결정한 과징금이 앞서 피심인에 보낸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에 명시된 최대 8000억 원 과징금에 비해 10분의 1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선사들이 우려해온 과징금 폭탄은 면한 셈이다. 조 위원장은 “산업 특수성 등을 충분히 감안해 조치 수준을 정했다”면서 “담합으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인 점 등을 고려해 수입 항로는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국회의 해운업법 개정 추진을 촉발했다. 지난해 해운업계는 국회를 찾아 공정위의 제재를 막아달라고 호소했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해운법 개정안을 추진하며 공정위를 압박해왔다.그러나 여야간 이견으로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공정위는 해수부와 함께 잠정적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개정안에 반영되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공동행위를 해운법상 허용하되 신고 및 화주단체와의 협의 등 해운법에 규정된 내용을 지키는 경우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고, 해운법에 근거하지 않은 공동회의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한다는 방향으로 큰 틀의 가닥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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