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후보들이 디지털자산(가상자산)을 관리ㆍ감독할 독립 기구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가상자산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에서 권한을 덜어내 독립 기구 쪽으로 몰아주겠다는 구상이다.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2030을 포섭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지만, 금융위와의 조율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 또한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9일 오전 디지털자산 공약을 발표했다. △코인 투자 수익 5000만 원까지 완전 비과세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및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국내 코인발행(ICO) 허용, 거래소발행(IEO) 방식부터 시작 △NFT 활성화를 통한 신개념 디지털자산시장 육성이 주 내용이다.
특히 윤 후보가 발표한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또한 공약으로 내세운 디지털자산관리감독원(가칭) 설립과 맥을 같이 한다. 디지털자산 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기구를 별도로 조직, 업계 및 투자자와 소통한다는 내용이 골자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디지털자산 관리감독원 설립 토론회에 축사를 보내거나 가상자산 관리감독 체계 강화를 주문하는 등 수차례 관련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여야 대선 후보가 한목소리로 독립기구 신설을 주장하는 만큼, 업계에서도 설립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다만 이 후보는 디지털자산관리감독원으로 ‘관리감독’에, 윤 후보는 디지털산업진흥청으로 ‘산업진흥’에 방점을 찍고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관리감독을 하는 경우 가상자산이 거래소에 상장ㆍ상장폐지 되는 과정을 자세히 보려 할 것이고, 산업진흥의 경우 규제를 걷어내는 방향이 되지 않겠나”라면서도 “요새 투자자 보호 필요성이 대두되는 만큼 두 공약 모두 시세조종 행위를 단속하고 기술 진흥에 방점을 찍을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공약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윤 후보가 제안한 디지털산업진흥청의 경우 지위가 낮아 정책ㆍ법률 제안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통상 청의 경우 주무부처 산하에서 진흥 사업만을 추진하는 조직”이라며 “금융위의 권한을 가져올 구상이라면 격을 맞출 필요성이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여야 대선후보의 공약이 금융당국과의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 가상자산 주무부처로 지정된 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맡고 있다. 거래소에서 자금세탁이 일어나지 않는지, 트래블룰 등 국제 표준을 따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점검 중이다. 가상자산을 관리감독할 새로운 독립기구가 생기면 이와 같은 권한이 사라질 수 있어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업계 전문가는 “유력 당선권인 여야 대선후보가 비슷한 공약을 내놓은 만큼 인수위 과정에서 어떻게 재편될지 대비하는 분위기”라며 “가상자산 주무부처로 금융위의 권한 유지할 논리를 준비하고 있지 않겠나”라고 기류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