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발생 사건 강제수사 방침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7일)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법에서 정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경영 책임자에 대해선 엄정히 조사해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준비상황 관련 브리핑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라도 중대재해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면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면서 "그러나 유해‧위험요인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위험한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하도록 지시‧묵인하는 경우에는 엄정히 조사해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이상 사업장(5~49인 사업장은 2024년 1월 27일부터 적용)의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대표이사ㆍ안전담당이사)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안 지켜 중대재해가 발생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법인 50억 원) 이하 벌금을 부과토록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는 이러한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확인된 유해·위험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하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정 조직과 인력, 예산 투입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관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하청업체의 시설·장비·장소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원청사(사업주·경영책임자)도 해당 하청업체에 대해 안전보건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박 차관은 최근 발생한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등은 아직 우리 사회의 안전문화와 재해예방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지켜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취지를 거듭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잘 준비 중인 중견건설업체 사례도 소개됐다. 이 업체는 대표이사의 지시로 이미 2015년부터 안전전담조직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안전설계 지침을 마련하고 추락, 붕괴 등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최소화했다. 특히 안전한 장비의 사용을 기본으로 하고, 고위험작업은 현장에서 작성한 작업계획서를 본사의 안전전담조직이 검토하고 허가해야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의 안전관리 수준 평가에는 대표이사가 주기적으로 참여해 안전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차관은 "이 회사 처럼 평소에 안전보건관리에 노력을 다하는 회사에서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고 설령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고용부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수사에 나설 지와 강제 수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의 자율적인 안건보건관리를 요구하고 있고, 책임을 추궁하는 대상을 경영책임자로 규정한다"며 "따라서 경영책임자가 사고 발생에 어떠한 책임을 지는 지를 규명하기 위해 기존에 고용부에서 접급하지 않았던 과학수사, 강제수사 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검찰과 여러 가지 사례에 대응해서 어떻게 수사할 건지 협의ㆍ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그동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해 정부가 정책적 노력을 다해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용부는 지난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가이드북,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 업종별 자율점검표, 노사 참여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 매뉴얼, 주요 문사항을 담은 FAQ 등을 지속적으로 제작‧배포해왔다.
기업들이 가이드라인 등을 잘 활용하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박 차관은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많은 기업들이 가이드북, 자율점검표, 강의 영상 등을 활용해 안전보건관체계를 잘 구축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처벌법 바로알기 홈페이지(www.koshasafety.co.kr)'를 개설하고, 제조업, 건설업, 화학업종 등의 취약사업장(3500곳)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컨설팅을 제공한다.
산재 사망사고가 집중되고 있는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산재예방 지원사업 예산(1조1000억 원) 활용해 안전관리 역량 향상을 위한 재정‧기술 지원을 확대한다.
박 차관은 "이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노력을 경주할 시점"이라며 "안전에는 지름길이 없다. 경영책임자의 관심과 의지만 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