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건설 종목 주가가 무더기로 급락하고 있다. 지난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광역시 주상복합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 여파다.
투자자들은 조정이 언제 끝날지,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금이 살 때’라는 긍정론과 ‘아직 이르다’라는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광주 주상복합 현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11일 이후 20일까지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40.31% 급락했다. 사고에 대한 책임과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철거붕괴 참사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가 터지면서 사업 영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모든 법규와 규정을 동원,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페널티를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고 여파로 다른 건설업체 주가도 줄줄이 미끄러졌다. 같은 기간 DL이앤씨(-7.14%), GS건설(-7.10%), 현대건설(-6.32%) 대우건설(-5.94%), 삼성물산(-2.61%) 등이 낙폭이 컸다.
건설 현장 감독이 강화되고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원가 부담을 크게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날 역시 오전 9시 52분 기준 HDC현대산업개발은 3.25% 하락하고 있다. DL이앤씨(-2.83%), GS건설(-1.46%)도 내리막을 탔다. 현대건설(0.23%)과 대우건설(0.85%), 삼성물산은 약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광주 주상복합 현장 붕괴 사고로 건설 종목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전국에서 안전 실태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1분기 공사 진행이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건설 현장에서 안전관리 강화 요구가 심화하면서 공사 시간 및 인건비 증가, 새로운 착공 지연 등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며 “주택 업종 투자 매력이 훼손, 내후년 연간 주택 매출액과 이익 추정치 하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주가가 크게 빠진 만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도 나온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하고 건설 회사의 추가적인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공사 비용이 증가할 수는 있으나, 우려와 같이 추가 건축자재가 필요하던가 인력이 대폭 투입되는 등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형태로 나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사고로 인해 건설 회사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부정적인 경우를 가정해도 주가는 현재 바닥”이라며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