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에 ‘미국발(發) 한파’가 몰아닥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긴축, 기준금리 인상 우려에 기술 종목 조정까지 크고 작은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까지 촉발됐다.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자 코스피지수는 2800선을 맥없이 내줬다.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고 공포 심리가 번지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철저히 실적, 업종 중심의 포트폴리오(자산 구성)를 짜야 한다고 당부했다.
◇코스피, 1년1개월여 만에 ‘최저’
24일 코스피지수는 오전 11시 6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1.62%(46.02포인트) 하락한 2788.27을 나타내고 있다. 장중 2800선이 무너지며 1년1개월여 만의 최저로 떨어졌다.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들이 각각 2837억 원, 1337억 원어치 주식을 던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힘없이 주저앉았다. 지난 3~21일 낙폭은 4.81%(143.36포인트)에 달한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800선이 붕괴된 것은 ‘긴축 발작’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양적 긴축 우려와 그 영향이 계속되고 있다”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설 연휴를 앞둔 관망 심리에 부정적 수급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 센터장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이번 주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현금화가 이뤄져 수급 변동성도 여전히 높은 상황”라고 덧붙였다.
특히 오는 25~26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는 증시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로 꼽힌다. 시장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금리 인상 시기와 횟수 등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장 이번 달 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물가 상승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7.0% 뛰었다. 1982년 후 최고치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는 국제유가를 밀어 올리고, 투자 심리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남경옥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 미국, 유럽 등의 갈등은 냉전 종식 이후 최고 수준”이라며 “지정학적 위험이 더 커질 소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유럽중앙은행(ECB)의 예상 밖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HDC현대산업개발 붕괴 사고 등도 증시를 옥죄고 있다.
◇긴축 소나기, 우산은 실적·업황 기반 가치주
전문가들은 증시가 새파랗게 질린 가운데 불확실성이 이어져 뚜렷한 반등 조짐은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긴축 소나기’를 피할 우산으로는 실적, 업황을 강조했다. 특히 성장주보다 가치주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판단이다.
김 센터장은 “당분간 V자 반등이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라며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될 때까지 변동성이 높은 박스권 흐름을 염두에 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코스피지수가 2800선을 밑돌 때는 저평가 구간인 만큼 분할매수가 주효하다”라고 조언했다.
장바구니에 담을 종목은 철저히 실적, 업황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그 어느 때보다 주가 변동성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DB금융투자는 “업황 자체가 뛰어난 기업을 고르는 것이 전략적 선택”이라며 “반도체 관련주가 이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상황에 내성이 있는 음식료, 자금 흐름을 누릴 수 있는 보험 등이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조정폭이 큰 변동성이 잦을 수밖에 없다”면서 “할인율 확대에 취약한 성장주보다는 금융, 소비재 등 가치주를 우선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