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푸틴은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 할까

입력 2022-01-25 16:26수정 2022-01-2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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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24일(현지시간) 동유럽 지역에 최대 8500명 규모의 미군을 파견하기로 하고 준비에 들어가면서 서방국들과 러시아 간 전운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러시아 은행들의 달러 거래를 중지하는 등 초강수 방침도 밝히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인의 러시아 여행 금지령도 내렸고요. 유럽연합(EU)도 고강도 제재를 논의 중입니다.

그런데도 러시아는 이웃나라 우크라이나가 미국 유럽 등 서방국들이 주도하는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난항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긴박감이 고조되는데도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은 왜 우크라이나에 집착할까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애증의 역사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역사적 동일성에 대하여’.

푸틴 대통령은 2021년 7월에 이런 제목의 논문을 발표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원래 한 뿌리라는 주장입니다.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세력권으로 되찾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는 같은 동슬라브족으로, 통일국가의 시초는 9세기부터 12세기경까지 번성한 키예프 루시에 있습니다. 중심지는 현재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였습니다. 이후 현 우크라이나령에는 독자의 국가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러시아 제국과 폴란드 등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우크라이나는 20세기 동안 옛 소련의 일부였고, 본격적인 국가로 발돋움한 것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였습니다. EU와 러시아 사이에 끼어 주도권 싸움의 무대가 됐고, 정권도 친서방파와 친러시아파가 번갈아 잡았습니다. 2014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친서방파의 정변으로 친러 정권이 쓰러지자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일방적으로 병합했고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동부에도 침공했더랍니다.

▲우크라이나 주변 정세. 출처 : 연합뉴스

‘대국 부활’ 꿈꾸는 푸틴에게 우크라이나란...

우크라이나는 4000만 명이 넘는 인구와 광활한 국토를 가진 옛 소련의 제2의 대국이었습니다. 과거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없이 러시아는 제국이 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지요. ‘대국 부활’의 야망을 품고 있는 푸틴에게 있어서 우크라이나를 손에 넣는 것은 절대적이라는 얘기입니다.

러시아는 13~15세기 몽골에 지배당했고, 19세기 초에는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에 모스크바를 점령당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나치 독일에 침공을 당했지요. 이런 굴욕의 역사 탓에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안보 의식이 강해졌고, 푸틴 정권은 안보를 중시하는 치안기관과 군 관계자 등 보수 강경파의 입김이 셉니다. 러시아와 유럽 사이에 낀 우크라이나가 서방 진영에 서는 것은 국민 정서상으로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나토의 동방 확대 견제하는 푸틴...조여 오는 서방세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 세계와 러시아의 갈등은 소련 붕괴 이후 새로운 유럽 안보체제 구축 시도가 좌절됐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푸틴은 지난해 12월 동구권 국가들을 가입시키지 않겠다는 나토의 약속이 과거에 깨졌다며 “단단히 속았다”고 원망을 표시했다지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과 러시아는 가까워지는 듯 했지만, 푸틴 정권은 미국과 유럽에 대한 반감을 강화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국가 목표로 내세우며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부대나 공격 무기가 러시아 서부 국경 근처에 배치돼 자국의 안보가 손상될 것을 우려합니다. 그래서 동부 분쟁을 둘러싸고 군사 압력을 강화, 우크라이나의 뒤를 봐주는 미국을 협상으로 끌어내 우크라이나의 나토 비가입을 확약시키려 했지만 순탄치 않습니다. 미국과 유럽 입장에서도 안보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24일 CNN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가 벨라루스와 협력해 북방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루트를 확보, 동쪽과 남쪽을 합한 3방향에서 침공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와 벨라루스 국경의 거리는 불과 100km 정도. 나토가 다국적군을 파병하면 미국에서도 최대 8500명이 참여한다고 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이웃한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대한 위협이 높아지는 사태를 방어하겠다는 것입니다.

관건은 우크라이나의 날씨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땅이 얼 때까지 푸틴은 조금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겨울에 우크라이나에서 육군 부대가 진군하기 위해서는 땅이 얼어야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1월 중순 우크라이나 지면은 충분히 얼지 않았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그럴 경우 지상 작전에 차질이 예상됩니다.

▲무장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2021년 12월 7일 도네츠크주 카테리니브카 인근에서 친러시아 반군과의 분리선을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제재 불똥 튈라...긴장하는 세계

EU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경우 강도 높은 제재를 경고했습니다. EU는 24일 열린 외무장관 이사회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공격은 심각한 결과와 비용을 초래한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인 제재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회원국 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도 같은 사태가 일어날 경우 경제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에 대한 반도체 등 하이테크 제품 수출 규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군수품에서부터 스마트폰까지 폭넓은 제품에 영향이 불가피합니다. 만약, 미국이 설계한 소프트웨어나 제조 장치로 만든 반도체라면, 미국 이외에서 제조해도 금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정권은 2020년 중국 화웨이테크놀로지에도 비슷한 제재를 가한 바 있습니다. 당시 화웨이는 대만 등에서 첨단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해 스마트폰 판매가 급감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미국이 러시아로의 수출 규제를 발동할 경우 러시아는 물론 미국과 한국, 일본, 유럽 등 외국 기업에도 영향이 미칩니다. 특히 미국 산업계는 판매가 침체되기 때문에 과도한 경제 제재에 대해선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러시아와의 관계가 돈독한 중국이 미국의 규제를 준수할지 여부도 초점이 됩니다.

세계의 증시는 벌써부터 살얼음판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조기 긴축에다 설상가상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국간 긴장감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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