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益은 오히려 기아가 1조2000억 많아
현대차그룹 3사 연매출 총액 230조 육박
3사 합산매출, 삼성전자 매출(279조) 추격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계열사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재계 서열 변화가 일고 있다.
당장 기아(KIA)의 연 매출이 전자업계 2위인 LG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한 것은 물론, 영업이익은 오히려 크게 추월했다.
전자와 자동차라는 업종 특성과 공급망의 차이·산업 수요 등이 뚜렷하게 다르다. 다만 재계 서열 상위권을 틀어쥔 전자와 IT 업계의 오랜 기득권에 완성차 업계가 도전장을 던지며 ‘탈환’을 외치는 모양새다.
26일 기아·현대모비스가 발표한 사상 최대 매출은 이런 판세 변화에 설득력을 더한다. 전날 발표한 현대차의 창사 이래 최대 매출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국내 재계 서열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아닌, 상장사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순위로 정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독보적인 1위 삼성전자(437.6조 원)를 시작으로 멀찌감치 2위 SK하이닉스(85.5조 원)와 네이버(51.3조 원)·삼성바이오로직스(50.1조 원)·LG화학(46.9조 원) 등이 뒤를 잇는 구조다. 전자와 IT·바이오·화학 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면서 시총 상위 5위권은 이들이 차지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시가총액 40조6000억 원 수준인 현대차가 8위(우선주 포함)에 간신히 이름을 올린 수준이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2020년 3월) 이후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면서 재계의 서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위기 속에서 과감한 혁신과 발 빠른 시장 변화에 대응한 기업들이 약진에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117조6106억 원)와 기아(69조8624억 원)·현대모비스(41조7022억 원)는 지난해 각각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이른바 ‘퀀텀 점프’에 성공했다. 단순하게 성장 추세만 고려하면 전자와 IT 업계를 크게 앞서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현대차에 이어 그룹 내 만년 2위로 여겨진 ‘기아’만 해도 재계 서열 10위 권에 등극하면서 운신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서열 두 번째일 뿐, 재계 전반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당위성은 더욱 커진다.
당장 전자업계 2위인 LG전자와 맞비교할 만큼 성장했다. 지난해 기아의 매출은 69조8624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여전히 LG전자의 매출(74조7219억 원)에 못 미치고 있으나 매출 기준 94% 수준까지 추격 중이다.
실질적인 수익인 영업이익만 따져보면 오히려 기아가 LG전자를 크게 앞섰다. 지난해 LG전자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 증가한 3조8677억 원에 그쳤지만, 이 기간 기아의 영업이익은 무려 145% 증가하며 5조657억 원에 달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기업의 가치를 따질 때 항상 ‘지속성장 가능성’이 중요한 만큼, 당분간 자동차 업계의 약진은 재계 서열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요기업의 시가총액은 시장의 흐름과 추세를 반영하는 만큼, 자동차 업계의 호실적은 머지않아 시가총액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산업 수요에 영향을 직접 받는다. 반복되는 ‘업&다운 사이클’에 대응할 수 있는 기초 체력도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