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당시 현지 진출 기업 일부 생산 중단 피해
최근 대우조선해양 수주 건, 우라늄 수입 등 양국 교역 활발
코트라 무역관 “오미크론과 유가 변동성에 올해 교역 작년 수준일 듯”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러시아와 평행선을 달린다. 이런 상황에서 카자흐스탄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러시아가 공수부대를 파견하면서 카자흐스탄은 미·러 냉전을 촉발하는 새로운 진앙으로 부상했다.
과거 주카자흐스탄 미국 대사를 역임했던 래리 내퍼 텍사스 A&M 대학 교수는 최근 온라인 매체 더컨버세이션 인터뷰에서 “지정학적으로 카자흐스탄은 중국,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을뿐더러 아프가니스탄을 관리하기 위한 미군의 주둔지이기도 하다”며 “특히 지난해 아프간이 탈레반에 넘어가면서 카자흐에서의 대테러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0년 넘게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카자흐스탄이 우크라이나와 달리 자국 문제에 러시아군의 개입을 허용했다는 점에 주목한 내퍼 교수는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러시아가 장악한 평화유지군 파견을 요청한 건 정말 비극적”이라고 평했다.
우선 수출 측면에서 2020년 기준 한국의 대카자흐스탄 수출액은 20억 달러(약 2조4000억 원)에 육박한다. 당시 카자흐스탄이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2019년 27억 달러보다 줄었지만, 2018년 8억 달러도 채 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최근 들어 많이 늘어난 추세다. 특히 2019~2020년엔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현지 원유플랜트 모듈 납품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굵직한 거래가 성사됐고, 지난해 8월엔 양국 정상이 무역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교역 확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현재 카자흐스탄엔 약 40여 개의 우리 기업이 진출해 있다. 이번 사태로 일부 기업들도 일시적인 생산 중단 등의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이평화 코트라 무역관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 대부분 재택근무로 전환했으나, 소요사태 기간 중 인터넷과 국제전화 등이 차단돼 업무를 볼 수 없었다”며 “현재는 부분적으로 근무를 재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시위가 진압되고 진정국면에 있어서 우리 기업에 대한 추가 피해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입 측면에서도 카자흐스탄은 우리와 밀접한 관계다. 카자흐스탄은 우라늄과 크롬의 세계적인 생산국으로, 원유와 연, 아연 등도 상당량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국제 우라늄 가격이 치솟은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한국이 최근 2년간 원유 다음으로 이들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한 자원이 우라늄인 만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무역관은 “소요사태가 진정국면에 있기는 하나 우라늄을 포함한 자원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달 말 파운드당 43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국제 우라늄 가격은 사태 직후 47달러까지 치솟았고 사태가 진정된 후에도 45~46달러 선에서 머문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하진 않을 것으로 보여 치명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이 무역관은 설명했다.
이 무역관은 “현재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산 자동차와 화장품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며 “수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소요사태의 향후 전개 방향 및 여파, 유가 변동성 등에 따라 양국 교역이 좌우될 것”이라며 “이런 요소들로 인해 카자흐스탄 국내 경기를 낙관하기 어려워 양국 교역은 지난해보다 줄어들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