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산업도 경쟁 과열 등 문제
정부 모니터링ㆍ지원 지속돼야"
마스크 제조산업은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얻어 호황을 누린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히지만 정부가 생산량 증대에 집중한 탓에 질적 성장을 놓쳤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출혈경쟁을 극복하고,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증제도 재정비와 해외 판로 확대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말차단 마스크, 보건용 마스크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소규모 마스크 생산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국 마스크 제조업체는 작년 10월 중순 기준 1620곳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20년 1월(137곳)보다 약 12배 급증했다.
마스크 업체가 급증한 것은 정부가 한 때 마스크 부족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긴급사용을 위한 보급형 KF-94 마스크 생산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저가의 중국산 원재료 사용을 확대하고, KF-94 마스크 인증절차를 약식으로 진행해 방역효과가 미국의 N-95 마스크 대비 떨어지는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난립하기 시작했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석호길 한국마스크산업협회장도 “마스크 생산경험이 전무한 업체들이 중국의 마스크 장비업체들에 의존해 긴급생산에 나서면서 수급문제는 해결했지만 저가의 중국산 원재료 사용으로 K-방역을 내세울 수 있는 품질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자체와 관공서, 공공기관 등이 입찰을 통해 마스크를 구매하는 가격은 대략 장당 120원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산 원재료를 사용하고 있는 업체들의 원가는 이보다 높은 150원 수준이다. 저가 입찰 제도에 고품질의 마스크 제조업체들의 생존이 더 어려워진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산 원재료를 사용하는 마스크 제조업체들은 수출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미 해외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선점한 상태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초기 국내 수급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마스크 수출을 예외없이 막은 뒤 기존의 고정적인 판매채널이 모두 중국업체들에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정부의 마스크 수출 제한은 같은해 10월풀었지만 판로를 다시 개척해야 하는 어려움에 놓였다. 중국이 마스크를 장당 1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팔아 한국 제품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지만 국내 공급과잉을 극복하기 위해선 수출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다.
품질 기준에 대한 재정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국정부의 마스크 품질기준인 KF-94는 미국의 N-95와 품질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데도 단순히 ‘94’ 와 ‘95’ 숫자의 차이가 방역 면에서 뒤떨어진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마스크 제조업체 측은 “정부가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및 치료제 보급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수출 지원 같은 공급과잉 사태을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마스크 제조업체들의 줄폐업은 시간 문제일 수 있다”며 “시장 조사와 판로 지원 등 적절한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