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13조 성과급 달라니…
노조 요구안 그대로 수용할 경우
1인당 평균 급여 50% 넘게 올라
"당기순이익 5조원 감소" 분석도
이달 11ㆍ14일 중노위 조정회의
양측 '극적 합의' 이뤄낼지 촉각
사상 첫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가 현실에 맞지 않게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 노조 연대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각 계열사 노조들과 연대해 집단행동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삼성 안팎에선 노조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존재감을 키우려고 일부러 비현실적인 조건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8일 진행된 ‘삼성연대 2022년 임금인상 및 제도개선 공동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선 노조 측이 요구한 안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발언도 나왔다.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임금 인상 요구가 국민 보기에 무리한 요구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10% 인상이라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공동교섭이라는 달을 봐 달라”고 말했다. 최근 노조 파업과 관련해 “고연봉을 받는 삼성 직원들이 배부른 고민을 한다”는 여론이 확산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삼성전자 노조가 제시한 요구안을 살펴보면, 사 측이 응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지난해 임금협상 요구안은 직원 계약 연봉 일괄 1000만 원 인상, 자사주(1인당 약 107만 원)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려금 지급(1인당 약 350만 원),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등이 골자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사내 자율기구인 노사협의회에서 결정한 7.5%의 인상률을 고수하고 있다.
일례로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항목만 봐도,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51조6000억 원)을 기준으로 13조 원에 가까운 금액을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 총직원 수 11만 명으로 나누면 1억200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앞서 노조 요구안 등장 당시, 요구가 그대로 수용될 경우 직원들의 1인당 평균 급여가 1억2100만 원(2020년 기준)에서 1억8100만 원으로 51%가량 인상되고, 당기순익은 최근 3년간 기준으로 평균 5조 원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삼성전자 주주들도 과도한 노조의 요구를 경영 악재로 인식하고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삼성그룹 노조연대 공동교섭 요구안에 등장한 임금 10% 인상, 세전 이익 20%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 등의 항목도 마찬가지다. 특히 OPI 기준으로 제시한 세전 이익은 영업이익에 자본수익을 더한 값으로, 환율 등에 직접 영향을 받는 제조기업 특성상 성과급 산정 시 잘 이용되지 않는 지표다. 일괄적으로 공동교섭을 요구하다 보니 기업 특성에 맞지 않는 산출 기준을 요구안에 포함한 것이다. 경총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만일 세전 이익을 성과급 산출 기준으로 삼으면, 기업으로선 ‘성과급 재원을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와 관련한 문제에서 부담이 추가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한 노사 갈등 향방은 다음 주 판가름 날 전망이다. 삼성전자 노사에 따르면, 중노위 조정 회의는 11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열린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전향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조정 중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조정 중지를 대비하고 단체행동을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두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노조와의 대화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