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원투수 떠올라…수입량 절반 차지
러시아의 유럽 가스 공급은 40% 감소
에너지, 러시아 전체 수출 50% 비중…가스 끊으면 자국도 타격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9일 시장조사 업체 레피니티브를 인용해 1월 유럽의 LNG 수입량이 총 1100만 톤으로 전년 대비 4배 늘어났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에서의 LNG 조달이 최근 석 달 간 세 배 늘며 수입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로 유럽 에너지 대란이 심화한 가운데 미국이 구원투수로 떠오른 것이다.
러시아는 유럽 천연가스 수요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요 공급국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서방 국가들과의 갈등이 커지면서 1월 러시아의 대유럽 수출량은 600만 톤을 밑돌며 전년 동월 대비 40% 감소했다.
미국산 LNG 수혈로 유럽은 한숨 돌리게 됐다. 유럽 천연가스 재고량은 6일 시점에서 저장능력의 36%로 나타났다. 업계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해도 4월 중순 시점에 재고가 5% 전후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5월 가스 소비량이 1월의 절반에 불과한 만큼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껐다는 평가다.
미국은 에너지를 무기화한 러시아에 역공을 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에너지는 러시아 전체 수출의 50%를 차지한다. 대유럽 에너지 수출 감소는 러시아 경제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주요 수출 통로가 끊어지면 러시아에도 큰 타격이 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도 “유럽이 러시아 가스에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 러시아가 받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급 감소 장기화는 여전히 우려된다. 유럽에 공급할 수 있는 미국의 LNG 수출량에도 한계가 있어서다. 미국은 LNG 수출 증가로 자국 내 공급이 줄어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과 유럽의 조달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가능성도 있다. 레피니티브 조사 결과 유럽은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 아시아를 제치고 미국산 LNG 최대 수입처가 됐다. 미국산 LNG 수입처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초 약 37%에서 1년 새 61%로 급상승했다. 지난달에도 미국이 수출한 LNG의 약 3분의 2가 유럽으로 갔다. 수입처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LNG 가격이 상승하고 세계 경제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