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총에서 패배한 후 임원서 해임
국민연금ㆍ외국인ㆍ소액주주가 캐스팅보트
‘조카의 난’으로 불리던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분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적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과 외국인, 소액주주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박 전 상무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 투명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목적으로 주주제안을 발송했다.
박 전 상무는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2명의 후임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내용을 포함한 주주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주주제안 배경에 대해 “사상 최대 실적에도 회사 주가는 낮은 가격을 유지한다”며 “문제점을 해결하고 선친의 뜻을 이어 회사 경영을 보다 투명화, 합리화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상무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둘째 형인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해 1월 주주총회에서도 개인 최대주주로 주주제안을 한 바 있다.
당시 박 전 상무는 삼촌인 박 회장과의 특수관계를 해소하고 이사진 교체, 배당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을 발송했다. 박 전 상무는 획기적인 고배당안과 경영진ㆍ이사회 변화를 내건 주주제안 캠페인을 공격적으로 벌였으나 그해 3월에 열린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패했다.
이후 금호석유화학은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박 전 상무를 고무 해외영업담당 임원에서 해임했다.
박 전 상무는 당시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퇴임 처리를 했다고 밝혔지만, 회사 측은 박 상무가 자진 용퇴를 거부함에 따라 거취에 대해 본인과 사전 협의를 거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금호석화가 경영권 분쟁이 재발할 빌미를 해소하면서 공격할 명분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조카의 난이 끝난 직후 박 회장은 등기이사 및 대표직을 자진 사임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거버넌스 전환과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했다. 또 ESG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등을 출범하며 ESG 경영도 강화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과 외국인의 표가 결과를 결정하는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화의 주주구성을 보면 박찬구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15%이며, 박철완 가계는 10%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민연금이 6.67%, 외국인 투자자는 19.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들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소액주주들은 업황 호조로 금호석화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고점 대비 주가는 약 45% 하락해 불만이 커진 상태다.
이날 금호석화의 주가는 경영권 분쟁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날보다 9.34% 오른 16만4000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