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상근임원의 겸직을 제한하는 법에 대해 과잉 규제로 금융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상장사협의회(상장협)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일부 개정법률안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신전문금융회사와 금융지주사의 상근 임원이 다른 회사의 상근 임직원을 겸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위임 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 측은 “현행법은 금융사의 상근 임원으로 하여금 다른 영리법인의 상시적인 업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면서도 대통령령으로 예외를 둬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여신전문금융사와 금융지주사의 상근 임원이 다른 회사의 상근 임직원으로 겸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상근 임원의 직무 전념 및 이해 상충 금지 의무 확립이라는 목적이 달성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개정안에는 지주회사 대표이사의 임기를 6년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박 의원 측은 “대표이사의 반복적인 연임으로 인한 권한의 집중과 금융사의 공정성 및 독립성 약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먼저 상근임원 겸직 제한에 대해 상장협은 “이해 상충 또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저해 우려가 적은 경우 겸직을 허용하는 예외 적용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며 “(이는) 법의 유연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장협은 직무 전념 및 이해 상충 금지는 현행법상 충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상근임원이 겸직을 하려면 금융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거나 보고해야 하며 이해 상충 행위로 인한 고객 손해 연대 배상 책임도 진다. 상장협은 “금융사와 비금융사 간 업무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교류, 협업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과도한 겸직 제한은 오히려 금융 혁신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상장협은 겸직 제한보다 기존 금융 인력의 전문성을 이종산업에서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해외에서는 기존 업종 간 경계를 뛰어넘은 임원급 전문성 황용이 활발해지는 추세"라고 했다.
CEO 임기를 제한하는 개정안에 대해서는 “금융지주사 외국인 지분율이 우리나라 전체 평균(30%)보다 상당히 높은 현실에서 관치 금융에 대한 우려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이는 금융업에 대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금융 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KB금융 69.4%, 하나금융지주 67.6%, 신한금융 60.3%, 우리금융지주 30% 등이다.
이어 상장협은 “금융지주사는 비금융 상장사 대비 이사회 내 사외이사 구성 비중, 사외 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해야 하는 등 견제를 위한 지배구조 규제가 많다”며 “공적자금이 투입됐거나 정부가 대주주인 경우에만 한시적으로 임기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규제 대상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