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연일 군사훈련에 폭발음...불안·공포에 떠는 현지인들

입력 2022-02-22 21:54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파가 지배하는 도네츠크지역 주민들이 22일 열차로 피난길에 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수순에 돌입하면서 현지인들은 연일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2일 러시아 침공이 임박한 우크라이나 루간스크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현지인들의 실상을 전했다. 전날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일방적으로 승인하고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군대를 보내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아랑곳없이 현지 침공 가능성을 예고한 셈이다.

현지에서는 격렬한 포격이 반복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불안이 퍼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루간스크의 한 유치원은 지난주 친러파 무장세력이 포탄을 쏘아 벽에 큰 구멍이 뚫렸다. 알렉산더라는 한 남성은 3살짜리 자녀가 다행히 유치원을 떠난 뒤에 포탄이 떨어졌다며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일하는 발전소도 친러파의 표적이 될까봐 두렵다고 했다.

전날만 해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외교적 협상을 통한 긴장 완화를 모색했지만, 하루 사이에 상황이 급격하게 달라졌다. 푸틴이 동부에서 친러파가 실효 지배하는 루간스크인민공화국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을 독립국으로 인정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국경 부근에는 최대 19만 명의 러시아군이 집결해 동부지역의 긴장은 극에 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유치원이 17일(현지시간) 포격을 받았다. 루간스크/AFP연합뉴스

게레나라는 59세 여성은 닛케이 소식통에게 “도대체 어디로 도망가면 좋을지 모르겠다”며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2014년부터 러시아를 배후로 둔 친러파 무장 세력과 우크라이나군의 분쟁이 이어져왔다. 그러다 보니 주변 지역에는 많은 지뢰가 묻혔고, 이따금씩 지뢰를 밟고 사망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게레나 씨는 “(러시아군 침공의 가능성에 대해) 무서워서 내 의견을 말할 수 없다”며 “우리집은 정부군한테든 친러파한테든 폭격당할지도 모른다.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갈 수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런 긴박한 상황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분쟁이 시작된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지금까지 러시아의 군사 개입과 충돌이 이어져 항상 공포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녀들을 만나기 위해 남편과 함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향한다는 한 여성은 “8년간 같은 상황에서 살고 있다.”며 체념한 듯 말했다.

한 남성은 “TV를 켜기 전까지는 패닉이 되지 않는다”며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다. 단지 채소밭이 폭격 맞을까 봐 걱정”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 지역에 17일(현지시간) 포격으로 파인 웅덩이를 공동통제조정위원회(JCCC)가 조사하고 있다. 루간스크/AP연합뉴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공포감을 감추려는 연막일 뿐. 동부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의 진입과 함께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평소 24시간 체제로 임무를 수행하는 우크라이나 병사들 사이에서도 이 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도네츠크 마리우폴리 근교 마을에서는 밤이 되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폭발음이 울려 퍼진다고 한다. 우크라이나군의 군사훈련이 지난 몇 주 사이에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과 공포는 친러파의 지배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친러파 지도자는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핑계로 여성과 아이, 고령자 등의 민간인을 피난시켰지만, 18~55세 남성은 마을에 머물도록 했다. 징병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