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상 전 대표가 친분 있는 이에게 스톡옵션 부당하게 줬다고 보기도 힘들어"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가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된 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부(재판장 이승련 부장판사)는 2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를 받는 문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0억 원을 선고했다. 징역형은 1심과 같지만 벌금 액수는 350억 원에서 대폭 줄었다.
함께 기소된 이용한 전 신라젠 대표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곽병학 전 신라젠 감사는 징역 3년에 벌금 10억 원, 문 전 대표의 친인척인 조모 씨는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5억 원, 황태호 신라젠 창업주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의 벌금액 역시 1심에 비해 대폭 낮아졌다.
재판부는 문 전 대표의 행동이 사기적 부당거래에는 해당하지만 이를 통해 얻은 범죄수익의 액수를 특정할 수 없거나 1심 판단보다 낮은 금액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 전 대표는 실질적인 인수대금 납입 없이 '자금돌리기' 방식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발행됐음에도 정상적인 과정을 거친 것처럼 가장했다"며 "이는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사기적 부정행위로 자본시장법에 반한다"고 봤다.
BW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청구할 수 있는 회사채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행위로 인한 이익에 대해서는 1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1심은 신주인수권을 부여받은 때를 기준으로 부당이익을 BW의 액면가인 350억 원으로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검찰은 BW를 발행한 이후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해 1918억 원을 부당이익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W 발행 이후 신라젠의 신약인 '펙사벡'이 미국식품의약국의 글로벌 임상 3상 개시 인가를 받는 등 호재가 많았다"며 "BW 발행 외에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준 요소가 많아서 문 전 대표의 부정행위로 인해 얻은 이익만을 별도로 계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신주인수권을 가지게 되어도 행사를 해야 이익이 생긴다"며 "해당 권리를 부여받은 때를 기준으로 부당이익을 350억 원이라고 판단한 1심의 결정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문 전 대표가 액수 불상의 이득을 얻었다고 봤다.
또한 재판부는 "BW 발행을 통해 실제 대금이 들어왔다면 신라젠은 당시 법정 이자율인 6%에 따라 자금을 운용해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며 "회사 입장에서 배임으로 인한 손해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크레스트파트너가 2015년 4월 3%의 이자율로 신라젠에 자금을 납입했다"면서 "BW 발행으로 인해 회사가 입은 손해는 6%에서 3%를 뺀 3%의 이율로 계산한 10억 5000만 원"이라고 판단했다.
문 전 대표가 친분이 있는 3명에게 스톡옵션을 과다하게 줬다는 혐의는 무죄로 봤다. 이들이 회사에 기여한 점도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이유에서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자기회사의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펙사벡의 임상3상 실패로 회사의 주가 하락이 예상됨에도 피고인들이 자신의 주식을 먼저 파는 등의 다른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보이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는 점을 양형 참작 사유로 들었다.
문 전 대표 등은 동부증권에서 자금을 빌려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후 신라젠에 들어온 돈을 다시 크레스트파트너에 빌려주고, 크레스트파트너는 해당 자금을 다시 동부증권에 건네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의혹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