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면서 해외 주식형펀드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가장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히던 북미 펀드마저 최근 수익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해외 펀드의 부진 속에서도 브라질, 중남미, 베트남 등 일부 지역 펀드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기 수익률 하락만 보고 펀드를 서둘러 정리하기보다는 인플레이션의 전개 상황,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원자재 가격 상승, 물가 상승) 등을 따져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5일 북미 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3.53%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고조됐던 최근 1주일 사이에는 -4.9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초부터 시작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금리 인상 행보와 최근 우크라이나발 증시 변동성에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운이 고조되면서 러시아와 유럽 펀드도 함께 추락했다. 연초 이후 러시아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21.80%로 글로벌 펀드 시장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같은 기간 유럽 주식형펀드의 수익률도 -7.54%로 부진했다.
북미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중국 펀드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중국 주식형펀드에는 총 7조8915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하지만 수익률은 -7.10%로 고꾸라진 상태다.
이와 달리 브라질 펀드의 수익률은 고공행진이다. 연초 이후 15.52%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브라질 주식형 펀드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호재를 맞았다. 브라질은 대표적 원자재 수출국이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 내 철광석, 대두, 원유 등 원자재 업종의 비중은 40%를 차지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베트남 펀드도 인기몰이 중이다. 연초 이후 국내 22개의 베트남 주식형펀드에는 1조7616억 원의 자금이 몰려들었다. 지난 6개월 동안 9.07%의 높은 수익률을 냈던 것에 비해서는 낮지만, 여전히 1.14%의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중남미 펀드도 11.07%의 높은 수익률을 냈다.
전문가들은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이는 지금 단기적으로는 신흥국으로의 분산투자를 권고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차츰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기가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금융업계는 내달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0.00~0.25%이다. 고물가를 고려하면 기준금리는 올려야 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좀 잡을 수 없다는 점에서 연준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상황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좋은 투자 방안이라고 말한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브자질 ETF인 ‘iShares MSCI Brazil ETF (EWZ)’는 소재(25.7%), 금융(23.9%), 에너지(16.9%) 순으로 구성돼 에너지 가격과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라며 “인플레이션 단기 대응으로 브라질에 대한 포지셔닝을 통해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가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라고 제언했다.
중ㆍ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북미 시장은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육진수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은 “북미 시장은 최근 2년 동안 많이 올랐다. 지금은 그것을 식히는 과정이고, 앞으로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본다”며 “성장하는 기업들이 실적도 잘 나오고 있고 기본적인 체력을 갖고 있어서 금융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보면, (기업들은) 재평가될 것이기 때문에 중기 이상으로 보면 미국 중심의 글로벌 펀드들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