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계에서 인기를 끈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신드롬은 끝나지 않았다. 27일 열린 미국배우조합상(SAG) 시상식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드라마에 새 역사를 썼다. 미국배우조합이 주최하는 시상식에서 한국 드라마의 수상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샌타모니카 바커행어 이벤트홀에서 열린 SAG 시상식에서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으로 남우주연상, 정호연은 여우주연상을 각각 받았다.
‘오징어 게임’은 시상식에 앞서 발표한 TV 드라마 스턴트 부문 앙상블상에도 선정됐다. 다만 최고 영예상인 TV 드라마 시리즈 앙상블상 수상은 불발됐다. 앙상블상은 ‘석세션’에 돌아갔다.
SAG는 미국배우조합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이다. 미국작가조합(WAG), 미국감독조합(DGA), 전미영화제작자조합(PGA)와 함께 미국 4대 영화 조합상으로 꼽힌다. 그간 골든글로브 등 현지 시상식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진행한 것과는 달리, 대형 시상식 중 올해 처음으로 회원 및 일반 관객들이 참석하는 유관중 행사로 열렸다.
SAG 시상식에서 한국 작품·배우가 상을 받은 건 2020년 ‘기생충’(영화 부문 앙상블), 지난해 ‘미나리’의 윤여정(영화 부문 여우조연상) 이후 세 번째다. 다만 TV 부문에선 최초다.
SAG는 미국 배우 회원들이 동료 배우의 연기력을 인정하는 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영화 부문 연기상을 받은 배우는 할리우드 최고 영예인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쥐는 경우가 많아 ‘미리 보는 오스카’로 평가받기도 한다.
‘오징어 게임’의 이번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오징어 게임’을 넘어설 만한 경쟁작이 없었고, 앞서 열린 주요 시상식에서도 잇따라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12월 미국 독립 영화 시상식 중 하나인 고섬 어워즈에서 ‘40분 이상의 획기적 시리즈’로 호명되며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같은 달 미국 대중문화 시상식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올해의 몰아볼 만한 쇼’ 수상작으로 뽑혔다.
지난달에는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원로배우 오영수가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기생충’, ‘미나리’가 비영어권 작품으로 분류돼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던 배우상을 거머쥐며 월드스타에 합류했다.
‘오징어 게임’은 다음 달 열리는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도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최우수 외국어 시리즈상,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여세를 몰아 올해 9월 열리는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에도 도전한다.
전문가들은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았고,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점 등을 들어 세계로 뻗어가는 데 한몫했다고 분석한다.
또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K-콘텐츠가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제2의 오징어 게임’이 탄생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한국 드라마가 새롭게 공개될 때마다 글로벌 순위 10위권에 들며 ‘오징어 게임’의 후광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물 ‘지옥’과 ‘지금 우리 학교는’은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에 오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9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을 놓고 게임을 벌이는 벼랑 끝에 선 456명의 참가자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황동혁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정재·박해수·정호연·오영수·위하준·허성태·아누팜·김주령 등이 출연했다. 지난해 전세계 TV 시리즈 중 최고의 인기를 끈 것은 물론, 넷플릭스 드라마 통틀어 전세계인이 가장 많이 시청한 TV쇼에 등극했다. 제작비 약 2100만 달러(약 250억 원)가 투입된 이 드라마의 가치는 현재 약 9억 달러(약 1조700억 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