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 ‘전쟁의 대가’ 모라토리엄 우려 고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현금인출기(ATM) 앞에 지난달 25일 주민들이 유로를 인출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달러화당 루블화 가치는 장중 30% 폭락하며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후 낙폭을 줄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20% 이상 하락해 사상 최대 낙폭도 기록했다.

NYT는 주말 서구권 제재가 발표되기 전에도 루블화가 약세를 보였는데 이날은 1루블 가치가 한때 1센트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더 급락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는 주말 새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일부 러시아 은행을 퇴출하고 러시아 중앙은행이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하고 금 매입을 재개하는 등 루블화 방어 조치에 나섰다. 또 에너지 제품을 달러로 판매하는 러시아 기업에 외화 수익의 80%를 즉각 판매하라고 명령했으며 1일 모스크바 증시 거래를 중단시켰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는 이날 러시아 중앙은행이 자국 금융기관 등과 달러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하는 등 루블화 방어 조치를 저지했다.

아울러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거래소는 이날 일부 러시아 기업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

SWIFT를 통하지 않는 러시아로의 송금에도 포위망은 좁혀지고 있다. 해외 송금 전문 핀테크 대기업인 영국 와이즈는 이날 러시아로의 송금 취급을 중단했다. 미국 디지털 송금업체 레미트리도 제재에 발맞춰 러시아 송금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미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난달 24일 이후 사람들이 현금인출기(ATM) 앞에 연일 장사진을 치는 등 뱅크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러시아 금융시스템을 겨냥한 제재가 뱅크런을 일으킬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계속 금리를 올리거나 외환보유고를 사용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의 유럽 자회사는 파산 위기에 몰렸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5%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외채를 갚을 능력이 없거나 갚지 않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면서 러시아 채권 가격도 폭락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2027년 6월 만기 러시아 달러채 금리는 지난달 25일의 10% 미만에서 이날 24% 이상으로 폭등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NYT는 “러시아가 약 6400억 달러의 막대한 외환보유고로 서구 제재를 견딜 수 있다고 자랑해왔다”며 “그러나 중앙은행이 보유한 현금은 약 120억 달러에 불과하며 나머지 외환보유고 중 4000억 달러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에 있으며 또 다른 840억 달러는 중국 국채에, 나머지 1390억 달러는 금에 투자된 상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