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활황으로 중형선 시장까지 ‘반사이익’
“철강재 가격 상승, 저가 옵션계약 발효 등은 대비해야”
조선업계 호황에 힘입어 중형조선사도 수주 훈풍이 불고 있다. 부진의 늪에 빠졌던 중형조선사들이 재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28일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표한 ‘중형조선산업 2021년 동향’에 따르면 국내 중형조선사의 지난해 총 수주량은 총 65척으로 136만CGT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43.7% 증가한 수치다. 수주액은 29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51.4%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량도 78척으로 157만CGT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83.5% 증가했다. 다만 증가한 수주량이 생산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1~2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중형조선사의 수주 실적 개선은 글로벌 물류대란 등 조선업계 활황과 궤를 같이한다. 시장 활황에 힘입어 대형선뿐 아니라 중형선 역시 발주량이 급증했다.
대형사들은 활황이었던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대형 LNG선 등 대형선 수주에 집중하면서 중형선 수주에 활발하게 참여하지 않아 중형조선사의 수주량이 높아졌다.
주목할 점은 중형조선사 수주의 90% 내외를 차지하던 탱커의 비중이 하락하고 컨테이너선의 비중이 늘면서 수주 선종도 다각화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현대미포조선은 1800~2500TEU급 피더컨테이너선을 총 39척 63만CGT를 수주하면서 전년 대비 4242.5% 증가한 수주실적을 보였다.
같은 기간 한진중공업도 적극적인 신규수주에 나서면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5000TEU급 중형선을 4척 수주했다. 대선조선도 자사 주력 선종 중 하나인 1000TEU급 피더컨테이너선을 대거 수주하면서 중형사들도 수주량 중 중형 컨테이너선의 수주 비중이 큰 폭으로 높아졌다.
최근 중형조선사들은 인수ㆍ합병(M&A)에 성공하면서 금융권의 경영관리에서 벗어났다. 이와 함께 수주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앞으로도 경쟁력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철강재 가격 상승, 저가 옵션계약 발효 등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대비해야 할 지점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신조선 수요가 증가하며 선가가 빠르게 상승했지만, 철강재 가격의 급등으로 큰 폭의 수익성 개선 기대감은 약화했다”며 “과거 낮은 가격에 성사한 옵션계약이 대거 발효돼 중형사들의 수익성 개선이 지연되는 것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양 연구원은 “주요 중형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각각 다른 경영 주체가 확립됐지만, 각사의 독자적인 대응은 비효율적이고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형사들 간의 강도 높은 협력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으며 R&D, 설계, 영업 등의 부문에서 공동의 노력을 통한 네트워크 확대, 비용절감, 협상력 강화 등 경쟁력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