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상 이사 의무 부담 대상을 회사로 한정 말고 주주 일반으로 확대해야
LG화학이 알짜배기인 배터리 사업부를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으로 상장하면서 LG화학의 주가는 반 토막 났다. 기존 LG화학 주주의 피해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의견을 청취하고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방안이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물적분할 관련 주주 보호 원칙을 신설했다. 물적분할 등 기업의 소유구조가 변할 때 기업이 주주 보호를 위한 정책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쓰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금융위가 예를 든 주주 보호를 위한 정책은 △소액 주주와의 간담회 개최 △물적분할 후 자회사의 상장절차 엄격화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정책 강화 등이다.
금융위 대책의 문제점은 물적분할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물적분할은 기업의 구조조정 방법의 하나로, 기업은 물적분할을 통해 부실한 사업부를 매각하거나 성장성 있는 사업부를 따로 떼어낼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사업부를 따로 떼어내 증권 시장에 상장해 끌어모은 자금으로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LG화학-LG엔솔이 대표적이다. LG화학이 주식 추가 발행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한정돼 있으므로, 이들은 사업부를 떼어내 LG엔솔로 상장했다. 그 결과 LG엔솔의 시가총액 110조 원을 넘겼다.
한편 LG엔솔의 상장 이후 LG화학의 주가는 반 토막 났다. 지난해 주당 100만 원을 넘기며 황제주로 불렸던 LG화학의 주가는 8일 50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물적분할 전 LG화학의 주가는 배터리 사업부의 가치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 사업부가 LG엔솔로 떨어져 나오면서 LG화학 주가는 50만 원대로 떨어졌다.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는 기존 LG화학 주주가 고스란히 흡수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금융당국의 대안에 대해 “보약을 먹어서 체질이 전체적으로 튼튼해져야 해결되는 문제이지 주사 한 방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일반 주주에게 피해를 주면서 대주주 등이 이득을 취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 시장의 투명성을 키워야지, 이번 대안으로 제2의 LG화학-LG엔솔 사태를 예방할 수 없다는 뜻에서다.
그가 제시한 대안은 상법 개정이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사가 일반 주주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은 제외되고 오로지 ‘회사’만이 법에 명기된 점을 문제삼은 것이경다. 이상훈 북대학교 교수 역시 1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모자회사 쪼개기 상장과 소액주주 보호’ 토론회에서 “문제 해결의 핵심은 주주의 비례적 이익 침해 방지를 의무화하는 것”이라며 “(물적분할 후) 상장은 문제의 몸통이 아닌 꼬리”라고 진단했다.
즉 상법상 이사의 의무에 주주를 위해 충실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사의 물적분할 등 결정으로 주주 가치가 훼손될 경우 피해 주주들이 소송을 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동시에 법 조항만으로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이사를 견제할 수도 있다.
전 교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나설 문제”라며 “물적분할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주식 시장 전반이 튼튼해져야 해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