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과정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관리 논란이 잦아들지 않은 가운데 본투표 당일에도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본투표가 진행된 9일 선거 투표지에서 특정 후보자의 기표란이 코팅 처리 돼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 강남구 한 투표소에서 중년 남성 유권자가 “투표지에 기표 도장이 절반밖에 안 찍혔다”며 고성을 지르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즉각 알림자료를 내고 “특정 후보자의 기표란이 코팅돼 도장이 절반밖에 찍히지 않는다는 소문은 전혀 근거 없는 가짜뉴스”라며 “투표지에 절반만 기표가 되더라도 정규 기표 용구임이 명확하면 유효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이 남성은 선관위 안내에 따라 투표를 마친 후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구 선관위 관계자는 “사람마다 기표 용구를 찍는 힘이 다르고, 온전히 찍히지 않아도 유효표이기 때문에 문제없지만, 항의를 한 사람에게는 기표 용구를 다른 것으로 교체해 드렸다”고 설명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정규 기표 용구를 사용했다면 일부분만 투표용지에 찍혔거나 원형 표시 안쪽이 메워진 것으로 보이더라도 유효표로 인정된다.
또 투표지에 투표관리관 날인이 누락됐거나 일련번호가 절취되지 않았어도 투표관리관이 정당하게 교부한 투표용지인 경우에는 정상 투표용지로 간주한다. 다른 후보자란이 인주로 더럽혀졌다고 해도 자신이 투표할 칸에 명확히 기표 도장을 찍었다면 유효표다.
이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경기도 오산시 투표소를 찾은 한 유권자는 자신의 투표용지가 이미 배부된 것으로 돼 있어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일이 발생했다. 유권자 A 씨는 수기로 작성하도록 돼 있는 선거인명부에 서명하려다 투표사무원으로부터 “이미 투표하신 걸로 돼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본투표하는 유권자는 서명란 가운데 ‘가’란에 자신의 이름을 쓰고 투표용지를 배부받는다. 사전투표를 완료한 유권자는 ‘가’란에 사전투표를 했다는 내용이 담기고, ‘나’란은 특이사항이 있을 때만 활용된다.
그런데 A 씨의 선거인명부 ‘가’란에는 이미 그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는 것이다. 투표사무원들은 이 내용을 선관위 측에 문의했고, 선관위 측은 “한 명에게 두 장의 투표용지가 배부돼선 안 된다”며 투표하지 못하게 하라고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어쩔 수 없이 투표소를 나와 돌아갔지만 얼마 뒤 선관위 측은 해당 투표소에 전화를 걸어 “일단 투표용지를 내어주고 투표하게 하라”고 조치를 번복했다.
반대로 사전투표를 이미 끝낸 유권자에게 또 투표용지가 발급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경찰과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날 춘천에 투표장을 방문한 B 씨는 신분증을 제출한 뒤 투표용지를 받았다. 그리고 B 씨는 “나는 이미 사전투표를 했는데 투표용지를 또 주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B 씨는 사전투표에서 혼선이 빚어진 것을 보고 본투표장에서는 관리가 잘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 신분증을 제출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경찰이 출동해 선관위 관계자들과 함께 진상 파악에 나섰다.
앞서 4일과 5일 진행된 코로나 확진‧격리자 사전투표에서 선관위의 부실한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투표사무원들은 이미 기표한 투표지를 투표함이 아닌 종이박스나 비닐봉지에 담아 옮겼고 참관인 없이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