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우울한 증시를 벚꽃 랠리로 이끌지 주목된다. 새로운 정부의 내수 확대 기대감이 반짝 상승을 이끌 가능성도 있지만, 시장을 둘러싼 대외 환경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라서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주식시장에는 ‘허니문 랠리(honeymoon rally)’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허니문 랠리란 새 정부의 출범 전후로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그리는 현상을 말한다.
부동산, 에너지 등 이전 정부와 정책 기조가 완연하게 갈라지는 업종에서는 주가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집권 초기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에 따른 내수 확대 기대감도 ‘반짝 랠리’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허니문 랠리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리 경제가 대외 경기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구조라서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보다 시장을 둘러싼 외부 악재들이 계속해서 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풀었던 막대한 유동성을 거둬들이고 있다. 주요국의 긴축 기조로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러시아ㆍ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위험이 돌발 변수로 등장했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물가는 급등하는데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확산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주식시장에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이번 대선에서도 주식시장 관련 정책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우선 윤 당선인은 주식 양도소득세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지금은 한 종목의 보유액이 10억 원을 넘거나 지분율이 1%(코스닥은 2%) 이상인 대주주에게만 양도세를 물린다. 내년부터는 2020년 세법 개정안에 따라 주식 거래 차익이 연 5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최대 25%의 세금을 매긴다.
양도세가 폐지되면 5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일반 투자자뿐만 아니라 세법상 대주주도 혜택을 받게 된다. 연말 반복되는 양도세 회피 매도 물량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회 통과라는 관문이 남아 있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인 상태다.
공매도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을 통한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 공매도 거래에서 개인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보다 불리하지 않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관보다 과다한 담보 비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하면 자동으로 공매도가 금지되는 ‘공매도 서킷브레이커’ 도입을 검토할 방침이다.
세금 부담 완화와 개인 투자자 보호 제도가 신규 자금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가지수 상승률이 시가총액 증가율과 기업이익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던 부분이 장기적으로 완화되리라는 기대를 해봄 직하다”고 말했다.
상장사가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 한 뒤 재상장하는 문제에 대해선 대부분의 후보가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카카오의 ‘쪼개기 상장’ 등으로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진 데 따른 대안이다.
그간 물적분할 뒤 재상장 문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으로 꼽혀왔다. 기존 주주들의 이탈로 모회사의 가치가 하락하고, 이에 따라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의 신주인수권을 부여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자회사의 상장으로 기존 주주들이 받을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겠다는 취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당도 이러한 방향성에 찬성하고 있어 빠르게 제도가 정비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투자자 보호 제도가 정착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돼 새로운 투자자들의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알짜 상장사의 기업공개(IPO)를 어렵게 해 투자 기회를 감소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0년대 이후 4번의 대선에서 허니문 랠리 효과는 미미했다. 물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초기에는 코스피가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였다. 이는 대체로 경기가 저점에 있었던 시기와 대선이 맞물려서다. 새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따라 내수 회복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얘기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 1년 차에 지수는 의미 있는 상승을 보였다”며 “당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맞물려 글로벌 경기는 호조세를 보였고, 대내적으로도 강력한 재정정책과 대북 관계 개선 등이 기대됐다”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주가가 조정받았지만, 정권이 들어서고 나자 반등했다”며 “나머지 두 차례에서는 유의미한 추세가 나타나지 않거나 하락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증시의 향방은 정치적 이벤트보단 대외 경기가 좌우할 거란 분석이다. 대선 정국에서도 코스피는 정치 변수보다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위험 등 대외적인 상황을 더 크게 반영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증시는 불확실성 해소 관점에서 일부 탄력을 얻을 수 있지만 추세는 결국 경기에 달려있다”며 “대외 변수가 경기에 주는 영향이 크고, 경제와 산업 구조도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