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금값이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지정학적 위험과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린 것이다. 국내외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금값은 이달 들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전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했다. KRX 금시장에서는 1년 7개월여 만에 8만 원대에 근접했다.
지난해만 해도 금 선물 가격은 1년 동안 -4% 이상 떨어졌다. 넘치는 유동성은 주식이나 비트코인과 같은 위험자산에 유입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주요국의 긴축 선회, 지정학적 위험 등이 겹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자 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리면서 금값은 10% 가까이 뛰고 있다.
금값의 높은 상승세에 금 관련 ETF 투자도 주목받으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11일 기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금 관련 ETF는 △KODEX 골드선물 △TIGER 골드선물 △KINDEX 골드선물레버리지 △TIGER 금은선물 △KINDEX KRX금현물 등 5종이다. 금값 상승률을 반대로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은 제외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ETF 5종은 이달 들어 하루평균 16만8777주가 거래됐다. 지난해 말 거래량(8만1255주) 대비 두 배가 넘는다. 이들 상품의 거래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이상 증가했다.
수익률도 압도적이다. KINDEX 골드선물레버리지는 올해 들어 19.70% 급등했다. TIGER 골드선물과 KODEX 골드선물도 각각 10.52%, 10.35% 올랐고, 금 현물가를 따르는 KINDEX 금현물도 9.61% 상승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11.20%, 나스닥지수는 -17.77% 하락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금 ETF가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금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의 SPDR 골드 트러스트, 아이셰어즈 골드 트러스트 마이크로, 에버딘 스탠더드 피지컬 골드의 1개월 수익률은 모두 8%를 웃돌았다. 금광 채굴 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엑스 골드 익스플로러스는 같은 기간 17.3%의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금위원회(WGC)는 지난달 글로벌 금 ETF에 21억 달러(약 2조600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고 밝혔다.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갔던 지난해 91억 달러(약 11조 원)가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쟁 리스크에 대한 헤지와 인플레이션 헤지 측면에서 금 투자 비중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졌을 때 주식 대비 금의 투자 성과가 압도적으로 좋았던 경험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