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국내 항공사, 러시아 영공 우회…유럽 노선 비행시간↑

입력 2022-03-15 15:41수정 2022-03-1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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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모스크바ㆍ블라디보스토크 노선 4월 말까지 결항…최대 2시간 45분 더 걸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며 국내 항공사의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항공사처럼 국내 항공사도 러시아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영공을 우회 통과하기로 했다.

먼 거리를 우회함에 따라 기존에 12시간이 소요되던 인천~런던 노선은 비행시간이 최대 14시간 30분까지 늘어난다. 13시간이 걸리던 뉴욕발 인천 행 노선의 비행시간도 최대 1시간 30분 더 늘어난다. 더 많은 항공유를 사용해야 해 항공사의 부담도 커질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의 여객기 운항과 유럽 노선 화물기의 모스크바 경유를 4월 말까지 일시 중단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매주 1회(목) 인천을 떠나 모스크바로 향하던 항공편이 4월 28일까지 결항한다. 매주 금요일 모스크바에서 인천으로 오던 항공편도 중단된다. 격주 화요일에 운항하던 블라디보스토크 노선도 4월 26일까지 운항하지 않는다. 모스크바를 거치던 유럽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행 화물 노선은 러시아를 경유하지 않고 운항한다.

앞서 대한항공은 러시아 현지에서 항공유 보급이 어려워지자 모스크바 노선의 운항을 18일까지 2주간 중단했다. 결정 이후에도 현지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이번에 운항 중단 조치를 한 달 이상 연장하고, 대상 노선도 확대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미 주 7회 운항하는 화물기가 모스크바를 건너뛰고 운항하도록 결정한 상태다. 격주 1회(토) 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을 띄우던 에어부산도 4월 말까지는 운항을 중단키로 했다.

▲대한항공 보잉747-8i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한 단계 나아가 자사 항공기가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지 않도록 조처했다. 러시아 정부가 한국을 비우호 국가 명단에 포함하며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고,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하고 있어서다. 이미 미국과 유럽 항공사들은 안전 보장을 이유로 러시아 영공 출입을 제한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유럽과 일부 미주 노선은 러시아 영공을 지나는 항로로 운항해왔다. 좌우로 길게 뻗은 러시아 영공을 지나는 경로가 최단 거리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중앙아시아와 알래스카 영공을 통과하는 우회 경로로 대상 노선을 운항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의 인천~런던ㆍ파리ㆍ암스테르담ㆍ프랑크푸르트 노선은 러시아 아래편인 중국, 카자흐스탄, 터키 영공을 거치는 우회 항로를 사용한다. 뉴욕ㆍ애틀랜타ㆍ시카고ㆍ워싱턴ㆍ보스턴ㆍ토론토에서 인천으로 오는 노선은 알래스카와 태평양을 통과하는 항로로 운항한다. 아시아나항공도 인천~프랑크푸르트ㆍ런던ㆍ뉴욕 노선이 대한항공과 같은 항로를 이용한다.

이번 결정으로 승객과 항공사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인천~런던 노선을 기준으로 비행시간이 최대 2시간 45분 늘어나며 승객의 불편이 예상된다.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이라 항공사에도 이번 결정은 악재로 작용한다. 먼 거리를 우회하는 만큼 더 많은 항공유를 사용해야 해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4일 아시아 지역의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26.65달러로, 지난해 3월보다 81.7%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2019년 1월 가격이었던 46.57달러와 비교하면 171%가량 급등했다.

단, 양사 모두 항공권 가격은 기존과 같게 유지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류비와 운항비용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비용을 항공사가 부담하기 때문에 항공권 가격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며 "천재지변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항공업의 숙명"이라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A330 항공기 (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이번 조치로 러시아와 한국을 연결하는 항공편은 모두 끊겼다. 이미 아에로플로트, 오로라항공, S7(시베리아항공) 등 러시아 국적사들은 한국 행 노선의 운항을 모두 중단한 상태다.

러시아와 한국 간의 모든 직항편이 사라지며 현지 교민의 불편함도 우려된다. 현지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행 항공편이 취소되며 혼란함을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교민들은 우즈베키스탄이나 중동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가는 항공편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사업 목적으로 러시아를 방문하는 기업인의 일정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특히 블라디보스토크는 경제 중심지로, 기업인의 왕래가 잦아 직항편 수요가 높은 도시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블라디보스토크 직항편은 탑승률이 매우 높을 정도로 비즈니스 수요가 집중되는 노선”이라며 "노선 운항이 중단되면 업계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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