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 우성2·우창, 신림1구역 등
수도권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조합원과의 갈등' 부작용 우려
분양 매출 2~4% 수수료도 부담
사업 속도가 지지부진한 재건축·재개발 사업 현장에서 신탁 방식 정비사업 바람이 불고 있다. 각종 부동산 규제와 이해관계가 얽혀 사업이 지연되는 조합들이 신탁사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길 우성2차·우창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은 10일 입찰공고를 내고 시공사 선정에 나섰다.
신길 우성2차·우창아파트 재건축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일대 구역면적 4만5767㎡를 대상으로 한다. 이곳은 지하 2층~지상 32층, 10개 동, 아파트 1305가구 등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현장설명회는 21일이며 입찰은 4월 21일 마감할 예정이다. 한국자산신탁은 2020년 9월 신길 우성2차·우창아파트 재건축 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
신길 우성2차·우창아파트 재건축 통합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두 단지가 합동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다 보니 속도감 있는 사업을 위해 신탁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게 됐다”며 “공사 기간 단축에 따른 금융비용 절감 등이 있어 수수료를 내도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신탁 방식 정비사업은 부동산 신탁사가 조합으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아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신탁사가 사업비를 조달하기 때문에 금융비용 등을 줄여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다. 신탁사가 정비사업을 직접 시행하는 ‘사업시행자 방식’과 조합업무를 대행하는 ‘사업대행자방식’으로 등으로 나뉜다.
이 같은 장점에 신탁 방식 정비사업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1호’인 관악구 신림1구역 재개발을 비롯해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재건축 △관악구 신림 미성아파트 재건축 △관악구 봉천1-1구역 재건축 △노원구 상계주공 5단지 재건축 △양천구 신정수정아파트 재건축 △경기 부천시 한아름아파트 1차 재건축 등이 신탁 방식 정비사업을 택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일대 정비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인근 사업장에서 신탁 방식을 의뢰하곤 한다”며 “기존에는 사업 노하우가 적거나 자금 조달이 어려운 소규모 정비사업장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에서 신탁 방식 정비사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탁방식에 대한 불신도 있다. 사업 전반에 걸쳐 신탁사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주민들의 의견이 배제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곳에서는 신탁 방식보다 조합 방식이 유리할 수도 있다. 가장 큰 단점은 아직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현대연립아파트 소규모재건축 소유주들은 신탁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지난해 12월 주민 총회를 열어 사업 재검토를 위해 ‘재건축 일시 멈춤’을 정했지만, 신탁사가 사업시행자 지정신청을 진행하면서 갈등이 확산했다. 처음 생각과 달라져 동의 철회를 요구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만 돌아온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신탁사의 신뢰도와 그에 따른 효용성을 확신할 수 없다면 신탁사업 방식 채택을 둘러싼 의견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며 “분양 매출의 2~4%에 달하는 수수료도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