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IT 트렌드] 넷플은 “무정산” SKB는 “돈 내”…빌앤킵이 뭐길래

입력 2022-03-1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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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와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인 SK브로드밴드가 망 사용료를 놓고 법정에서 다시 만났다. 양 측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이번 소송의 핵심으로 생소한 단어인 ‘빌앤킵(Bill and Keep·상호 무정산)’이 대두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넷플릭스가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2심 및 SK브로드밴드 반소심 1차 변론기일에서 핵심 키워드로 ‘빌앤킵’이 제시됐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빌앤킵 원칙을 놓고 공방했다. 초기 음성 통신 시장에서 시작한 빌앤킵 원칙은 통신사업자 간 망을 연결하면서 발생하는 트래픽 총량이 비슷할 경우, 타사 망 접속료를 서로 정산하지 않는 대신 해당 망을 이용하는 주체에만 사용료를 받는 것이다. 이후 ISP 역시 이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 경우 망의 유상성은 이미 입증된 상태다.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망 사업자가 구축한 네트워크란 자원을 CP의 콘텐츠가 이용함으로써 망의 유상성 자체는 입증됐다”며 “‘피어링’ 계약을 맺으면 요금은 받지만, 상대방에게 접속료를 주지 않는 무정산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ISP 간 트래픽 비율이 1대100으로 깨지게 되면 ‘페이드 피어링’을 통해 투자비 보전 차원에서 비용을 낸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이런 상호 무정산 원칙을 콘텐츠 제공자(CP)와 ISP 사이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 측이 쌍방의 필요에 따라 대등한 연결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CP와 ISP로서 각자의 권리와 의무에 충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빌앤킵 원칙을 따라야 한단 것이다.

넷플릭스 측은 자체적으로 전용 캐시서버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를 만들어 콘텐츠 트래픽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넷플릭스 OCA와) 직접 연결할 경우 무정산 원칙이 적용된다”고 했다. 또한 “ISP는 자사 인터넷 이용자에 접속료를 받아 망 비용을 대는 원칙으로 각자가 자기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인터넷 생태계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SK브로드밴드가 요구하는 망 사용료는 사실상 ‘통행세’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측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를 전송할 책임은 SK브로드밴드에 있다”며 “서로가 원해 연결한 상태에서 갑자기 넷플릭스가 부당이득을 얻고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SK브로드밴드를 거쳐야 하는 현 상황에서, 이른바 문지기로서의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통행세’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상호 무정산 원칙은 망 사업자 간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봤다. 인터넷 등 네트워크 시장은 ISP가 이용자와 CP 양쪽에서 사용료를 받는 ‘양면시장’이고, 빌앤킵 원칙은 망 사업자 간에만 적용하는 원칙이기 때문에 넷플릭스와의 계약에서 이를 도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단 설명이다.

SK브로드밴드 측 대리인은 “‘빌앤킵’은 ISP 사이에서 요금을 정산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 인터넷 기본 원칙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빌앤킵 원칙 자체가 서로 교환하는 트래픽 양이 대등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효익이 대등할 경우 이를 정산하지 않도록 하는 원칙이라며, 발생하는 트래픽이 많은 CP가 국내 망과 직연동한다고 해서 해당 원칙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넷플릭스가 CP로서 콘텐츠를 최종 이용자에게 전송할 역무가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 약관 1조를 보면 ‘넷플릭스는 구독자에 대해 인터넷과 연결된 TV, 컴퓨터, 기타 기기에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적혀 있다”며 “콘텐츠 제공 의무가 없다면 1조2000억 원을 들여 OCA를 개발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망 사업자로서 SK브로드밴드만이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구조가 아니란 것이다.

‘빌앤킵’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면서 재판부는 현재 망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또 무상성을 앞세운 계약을 할 때 SK브로드밴드가 이에 합의했는지를 추가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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