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빅딜 노렸지만, 밸류에이션 너무 높아져 머뭇거려
“버핏 거래 가뭄 끝났다…미국 기업 투자 가치 알리는 신호”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이 6년 만에 100억 달러(약 12조 원) 단위의 인수·합병(M&A) 거래를 체결했다. 한동안 매력적인 매물이 없다며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버핏이 다시 업계 큰손으로 활동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보험사 엘러게니를 116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버핏은 보도자료에서 “본인이 60년간 면밀히 지켜봐 온 엘러게니에 있어 버크셔는 완벽한 집이 돼 줄 것”이라며 “내 오랜 친구인 조 브랜든 엘러게니 회장과 다시 한번 작업하게 돼 특히나 기쁘다”고 밝혔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이미 가이코와 제너럴리 등 굵직한 보험사들에 투자하고 있지만, 이번 거래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게 됐다. 나아가 버핏 개인으로는 2016년 항공우주 장비업체 프리시전캐스트파츠를 370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최대 규모의 M&A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인수는 과거 인수했던 규모를 고려하면 ‘코끼리’에 비유할 만큼 대규모 M&A는 아니지만, 버핏이 약 6년 만에 100억 달러 단위의 거래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가치 투자자인 버핏은 3년 전 주주 서한에서 “나와 찰리 멍거 부회장은 코끼리 규모의 인수를 열망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빅딜에 대한 관심을 표했다.
이후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아지자 매력적인 매물이 없다는 이유로 대형 인수에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선회했다. 최근 버핏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봐도 셰일업체 옥시덴털페트롤리엄 주식 16억 달러어치 매입과 액티비전블리자드 주식 9억7500만 달러어치 매입 등 지분 취득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달 주주 서한에선 “때때로 (빅딜의) 가능성은 매우 매력적이지만, 오늘날 우리를 흥분시키는 거래는 거의 찾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버핏은 “회사 내부에서 만들어진 기회가 M&A보다 훨씬 나은 수익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거래를 통해 그가 여전히 코끼리를 사냥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CNN은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버핏의 거래 가뭄이 끝났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M&A업계도 돌아온 버핏을 반겼다. CFRA리서치의 캐시 세이퍼트 애널리스트는 “버핏과 브랜든이 서로 잘 알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이번 거래가 놀라운 일은 아니다”면서도 “버크셔는 그간 거래를 해야 한다는 투자자들의 압박을 받았고, 이번 엘러게니 건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매우 적합하고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메릴랜드대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카스 경제학과 교수는 “불확실성이 큰 현재 환경에서도 버핏은 여전히 미국 기업에 투자할 멋진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전 세계 투자자와 금융 시장에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버크셔에 인수됐다는 소식에 엘러게니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4.94% 급등했다. 오랜만의 거래 소식에 버크셔 클래스A 주가 역시 2.34% 상승한 52만5000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엘러게니는 다른 버크셔 자회사와 마찬가지로 합병 후에도 독립적인 운영권을 갖게 될 예정이다.